▲ 정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인류가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던 역사는 적지 않다. 14세기 유럽에 창궐했던 페스트는 유럽의 경제와 종교 등 사회구조를 바꿀 정도였다. 약 100년간 출몰했던 페스트로 그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되었는데 쥐벼룩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파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15세기 신대륙 발견 당시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즈와 500여 명의 군대가 퍼트린 천연두로 아즈텍인이 500만~800만명 사망했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후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2000만명 이상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천연두는 로마 시대에도 창궐했는데, 원정 나갔던 군인들이 귀환하면서 로마에 천연두가 퍼져 오현제중 하나인 아울레리우스도 천연두로 죽었다고 한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대학이 개학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류가 전염병과 치열하게 싸울 때, 수학자들이 골방에서 수학문제만 푼 것은 아니다. 전염병의 효과적 퇴치를 위해 골몰했던 수학자들이 있다.

‘유체역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는 1766년에 천연두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를 확률이론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해, 천연두 백신의 효과를 뒷받침했다. 그는 유체의 에너지가 보존되는 원리에서 ‘유체의 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압력이 낮고, 유체의 속도가 낮은 곳에서는 압력이 높다’를 발견하여 항공기 날개 설계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그는 대수학자인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스승인 요한 베르누이의 아들로 베르누이 가문이 2대에 걸쳐 매우 걸출한 수학자와 과학자를 배출한 가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염병의 확산에 대한 수학적 모델링의 본격적 연구는 20세기에 들어서 시작했다. 전염병 중에는 사람의 오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전염병과 싸움에서 사람의 손을 뛰어 넘는 것 같아 보이는 치유, 즉 다시 세우는 긍휼의 그 무엇이 보일 때도 있으니, 코로나19에서도 그것을 기대해 본다. 정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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