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그림을 그리다’
코스모스·제비·할미꽃 등
꽃으로만 완성한 압화 작품
3월 한달간 선갤러리문화관
찻잔 등 생활용품도 선보여

▲ 작품 ‘배꽃향기에 취하다’.

압화(押花·pressed flower)는 꽃이나 잎파리를 눌러서 말린 그림(작품)이다.

우리말로 꽃누르미 또는 누름꽃이라고도 하지만 보통 ‘압화’라고 부른다. 예전에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창호지문을 바를 때 말린 꽃잎이나 잎을 넣어 장식한 것도 압화를 이용한 것이다. 요즘은 조형예술의 한 기법으로 더 활용되는데 순수 미술작품은 물론 생활용품까지 두로 사용된다.

20년 넘게 ‘압화’로만 작업해 온 김현정(사진) 작가가 3월1일부터 31일까지 한달간 선갤러리문화관(울산 울주군 웅촌면 검단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전시 제목은 ‘꽃으로 그림을 그리다’이다. 소개되는 작품마다 말린 꽃잎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는 모든 작품을 꽃으로만 완성한다.

▲ 작품 ‘자연의 숨소리 들리는’.

과수원을 그린 풍경화(배꽃향기에취하다)는 새하얀 꽃잎을 붙여서 그렸다. 봉오리 속 수술이 샛노랗게 선명하다. 떨어진 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다 코 끝에 닿을 것만 같다. 시골길 봄밤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림의 재료는 울주 서생 배꽃잎과 벚나무 껍질로 완성했다.

화분대를 그린 정물화(다다익선)도 마찬가지다. 열두개 화분마다 제각기 다른 꽃이 폈다. 코스모스, 제비꽃, 할미꽃, 족도리, 기생초, 춘난 등 이 또한 모두 실제 꽃을 말려서 완성했다. 화분대 아래의 과일 역시 수박, 멜론, 토마토를 말려서 사용했다.

또 다른 봄풍경(4월에눈이내리면)은 벚꽃, 돌단풍, 노루귀, 산자고, 냉이를 사용했다. 폭포수 흐르는 깊은 숲(자연의 숨소리 들리는)은 홍매, 논냉이, 네모필라, 넉줄고사리, 왓소니아나와 같은 많은 꽃과 식물이 들어갔다.

20년째 창작과 전시를 이어 온 김 작가는 화훼단지에서 3000만~4000만원 이상의 꽃재료를 해마다 산다. 작업실 겸 본인이 운영하는 압화식물연구원(울주군 서생면)에는 야생화를 키우는 밭도 있다. 이 곳에서 그는 전용 건조매트에서 재료를 말리는 ‘사전 처리과정’을 거친다. 식물의 종류따라 건조기간은 천차만별. 얇디 얇은 배꽃잎은 일주일 정도다. 수분이 많은 과일은 보름 이상 걸린다. 처리과정 중에는 재료마다 적당히 무게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배꽃은 5㎏, 해바라기는 20㎏ 정도로 눌러준다.

▲ 김현정(사진) 작가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는 압화 미술작품과 함께 스텐드, 들꽃카드, 액세서리, 찻상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함께 선보이려 한다. 조형성과 기능성을 만족시켜주는, 압화의 세계를 경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작가는 (사)한국꽃누르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고향인 울주 서생에서 압화식물연구원을, 부산 기장에서 예작압화갤러리를 각각 운영한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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