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품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는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
스펙·재능 뽐내며 자만하는 사람보다
성실한 사람이 훨씬 성공적인 삶 누려
이번 선거엔 인성갖춘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생각의 바탕은 인품이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매일매일의 행동과 말투, 표정 등에서 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평판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인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뛰어나도 그것을 옳게 쓰지 못한다…’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 책에 나오는 말이다.

예전에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허준’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허준 스승인 유의태가 3대에 걸쳐 이룬 고급 의술을 정작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제자인 허준에게 전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 전통적 사고에 비추어보면 아들에게만 전수해주어야 할 그것을 왜 허준에게 물려주었을까. 그 이유가 바로 유의태가 말했던 ‘비인부전(非人不傳)’이다. 원래는 중국 동진시대 서성(書聖)으로 알려진 왕희지가 제자들에게 말했던 ‘非人不傳 不才勝德(비인부전 부재승덕)’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인품에 문제가 있는 자에게는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에서 리더는 허준처럼 전문성(expertise)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군대에서도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도 무섭다.’라고 한다. 능력도 중요하다. 사람은 한없이 좋은데 무능한 리더를 모시고 있는 부하들은 미친다. 오히려 성질은 더러워도 능력 있는 리더를 차라리 원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유야 어찌하든 실적을 올리는 직원을 더 반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뒤를 돌아보니, 스펙과 재능을 뽐내며 자만하는 자보다 묵묵히 성실한 자가 훨씬 성공적인 삶을 누리는 것을 보아왔다.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능력인 인성 즉 정직, 책임, 존중, 소통, 공감 등이 더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인성을 평가하는 바탕에는 이처럼 도덕적 진실성(moral integrity)이 놓여있지만, 이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절제가 습성화되어야 할 것 같다. 특히 리더는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인 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독일 소설가 장 폴 리히터는 “행동만이 삶에 힘을 주고, 절제만이 삶에 매력을 준다.”라고 했다. 유아기부터 절제하는 아이로 키우는 프랑스 교육도 있다. 세계 유명 건축물 가운데는 절제가 있어 더 아름다운 경우가 많다. 미국 정치가 벤자민 플랭클린도 여러 가지 덕목 중에서 절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절제는 머리를 맑게 하여 모든 일을 대할 때 냉철함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도 때로 연륜과 경험, 직책만을 내세워 언행에서 절제를 하지 못한 적이 더러 있었다. 부끄럽고 어리석기 그지없다. 나라 녹(祿)을 먹는 관직은 국민을 위해 자신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다. 명예, 재물과 공명심 등에서 그러하다. 군인이나 공무원이 받는 급여를 월급이라 하지 않고 봉급(俸給)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는 한 달 노동에 대한 급여라기보다는, 절제한 가운데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한 의미로 받는 숭고한 가치 때문이리라.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오늘도 우리 사회는 승진과 채용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국회에서도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비인부전 부재승덕’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어, 능력은 기본이고 인품과 절제가 몸에 배어있는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온갖 정치 기교가 난무하는 비정(非情)함 속에서도 격조 있는 따듯한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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