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직업을 대물림하는 가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물림의 전통이 있는 일본에서는 어느 스시가게가 3대째 이어져 100년이 되었다거나, 어느 우동집은 120년이 되었다는 소식을 어렵잖게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자부심 가득한 인터뷰를 볼 땐 부럽기도 했다. 직업의 대물림은 직업에 대한 이해도나 기술력에서 현저하게 앞서 갈 수 있는 바람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대물림 현상이 여러 직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특수한 직업군인 음악가족의 대물림이 벌써 꽤 많다. 2대째 음악가 집안에서 성장하여 세계적인 음악가 대열에 선 음악인도 있다. 그 중 작곡가로 3대가 이어져 내려오는 집안이 있으니 바로 작곡가 이흥렬(1909~1980) 집안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섬집아기’‘바위고개’ 등 여러 가곡과 대한민국 남자들이 거의 다 외워 부르고 있는 ‘진짜사나이’가 이흥렬 작곡이다. 이흥렬은 전부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명곡을 내놓은 우리나라 음악계의 1세대 작곡가로서 숙명여대 음악대학 학장을 지내며 많은 제자를 길러내기도 했다.

‘한국의 슈베르트’로도 불리는 작곡가 이흥렬의 가계는 3대가 흘러가는 동안 무려 13명의 음악인을 배출한 명실상부 ‘음악인 가족’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이영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이 그의 2남이고 이제는 고인이 됐지만 빼어난 아름다움을 표현한 곡으로 유명한 이영수 전 영남대 작곡과 교수는 그의 4남이다. 미국에서 작곡자이자 현 콜라라도심포니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으로 활동 중인 이철주는 그의 손자이다. 작곡가로 3대를 내려오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가족들은 피아노와 첼로, 성악 등을 전공하고 있다.

2~3대 100년에 걸쳐 음악적 피를 이어오고 있는 이흥렬의 가계는 한국 음악의 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음악을 가업으로 알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2대 이영조 교수와 3대 이철주 작곡가에 감사를 드리며 그들의 음악세계를 차례로 연재하려 한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모차르트 작곡 레퀴엠, 지휘 카라얀, 연주 베를린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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