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인규 울산장애인총연합회장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온하던 삶이 순식간에 급변하여 사회적 거리를 두며 서로를 경계해야하는 그동안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 국민의 60%가 일상이 정지되고 불안감과 분노가 커졌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하루속히 더 큰 혼란 없이 진정되길 바라면서, 이번 일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로 방역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면서까지 눈물겹도록 헌신하고 계시는 의료진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들을 향한 각계각층의 격려와 지지, 온정의 손길에 박수를 보낸다.

모두가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런 와중에 놓치지 않고 주변을 돌아봐야할 우리의 이웃들이 있다. 소외계층 중에서도 주변 장애인들의 아우성에 귀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주요 장애유형별 장애인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을 대변하고자 한다. 매일 오전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때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통역을 하고 있다. 발표자의 얼굴만 클로즈업 되고 정작 필요한 수어통역사는 화면에서 사라져 통역을 하나마나한 상황이 계속되다 최근에 다행히 보완이 되었다. 그러나 울산시는 여전히 발표자에게 카메라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어는 얼굴 표정과 입모양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통역사가 마스크를 사용하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맡은 직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을 위한 ‘부르미’라고 불리는 특별운송차량을 이용하려면 감염자 접촉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최근 공적공급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지만 길게 늘어선 줄에 장애인들은 엄두도 못낼 일이다. 오죽하면 돈을 주고라도 살테니 시청을 통해서 보급해달라고 민원성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무상보급 계획이 수일내 결정된다고 하니 정책당국자들의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기대해본다.

시각장애인들도 점자 등 손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접하는데 오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활동보조인과의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주시설 이용인이 아닌 각 가정에서 지내며 주간보호시설이나 보호작업장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도 사회복지시설의 휴관이 장기화 되면서 보호자들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라 이용시설의 일부 프로그램이라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장애인들이 자가격리 되면서 겪는 어려움도 비장애인에 비해 더 큰 상황이다. 주3회 이상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신장장애인은 면역력이 더욱 약해 노심초사해야하는데 최근 가족이 자가격리되면서 투석을 제때 받지 못하여 생명에 지장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중증 기저질환에 해당하는 신장장애인들은 우선적인 입원치료가 되어야한다. 또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뇌병변장애인이 자가 격리되어 활동보조인도 오지 못하는 상황인데 쌀과 부식재료만 전달되어 어쩔 수 없이 배달음식으로 연명해야하는 안타까운 뉴스도 접하고 있다.

다행히 소외계층에 눈을 돌려 한국동서발전 등 울산지역 기업들의 나눔사례는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일이다. 특히, SK울산 콤플렉스 임직원들의 1% 나눔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저소득 장애인세대 긴급지원사업을 장애인총연합회를 통해 3년째 시행하고 있는데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한 장애인세대에게 더욱 신속하게 지원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긍정의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소외계층을 위한 온정의 손길이 더욱 이어지기를 소망해본다.

4월말로 예정되어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 준비에도 지장을 받을만큼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 개인위생 수칙을 잘 지켜서 정부의 방역대책에 적극 동참하고, 하루속히 종식되어 평온한 일상으로 복귀되길 기대한다.

오인규 울산장애인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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