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방정계 질화붕소의 경계면에서 형성된 전자 전도 채널을 형상화한 사진.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부도체) 물질에 부분적으로만 전기가 통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기능성 소재가 나왔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신소재공학부 이종훈 교수팀(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 그룹리더)이 세종대, 싱가폴 난양공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2차원 절연체 물질인 육방정계 질화붕소(hBN)를 층층이 쌓아올린 물질의 경계에서 머리카락보다 백만 배 얇은 1.5㎚ 두께의 전도 채널(전기가 흐르는 채널)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그래핀과 같이 육각형 구조를 이루는 2차원 물질로 우수한 열적·기계적·화학적 안정성이 있다. 하지만 우수한 물성에도 불구하고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전자 소자 등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핀과 달리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기 때문이다.

 이종훈 교수팀은 서로 다른 적층 구조를 갖는 육방정계 질화붕소의 접점에서 전기가 흐르는 아주 가느다란 통로를 찾아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한 장의 얇은 종이라고 보면, 종이를 차곡차곡 쌓을 때 일렬로 쌓는 형태와 서로 엇갈리게 지그재그로 쌓은 형태, 이 두 가지를 만든 후 두 종이 더미를 이어 붙인 점에서 전기가 통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도성은 물질 고유의 특성인 ‘밴드갭’(물질 내부 전자의 에너지구조)이 결정하는데,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그 밴드갭의 크기가 커서 부도체의 성질을 띠게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적층 구조에서는 밴드갭의 크기 작아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부도체와 반도체를 결합해 전자소자(device)를 만들 경우 두 소재의 표면을 감싸서 안정화 시키는 ‘부동화’ 과정이 필요한데,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자체적으로 전기가 통하는 통로가 내재된 구조라 소자 제작시 별도의 ‘부동화’ 과정이 필요치 않아, 제조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3월6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김봉출기자 kbc7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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