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은 고유 문화·가치관 고수
소비패턴도 가족중심 쇼핑행태 보여
한류, 美시장 접근방식 차별화 필요

▲ 한규만 울산대 교수·영문학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이 생존하려면, 중국의 경제력과 미국의 첨단기술 및 군사력을 동시에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경제면에서 중국이 필요하고, 기술과 안보면에서 미국이 동시에 필요하다. 지난 칼럼에서 백인그룹(WASP)에 이어 2위로 부상한 히스패닉(Hispanic)그룹의 인종, 종교, 언어 등이 미국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의 사회문화적 특징과 소비패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현재 미국은 이미 히스패닉 파워의 상징으로서 여러 지도자급 인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미국의 히스패닉은 저임금시장을 놓고 흑인그룹과 대립­경쟁하고 있다. 흑인이 미국사회문화에 동화되는 성격이 강했다면, 히스패닉은 고유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가치관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장을 지낸 송기도 교수는 이들의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가족중심 보수적 가치관, 밀집 주거, 즉각적 가족-친지중심 소비패턴 등이다.

첫째, 종교는 가톨릭을 고수하고, 생활은 가부장적이며 가족중심이다. 미국 현지 의료종사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히스패닉들은 평상시에도 가족 중심의 외식도 자주 하고, 할아버지·할머니가 아프면 손주들이 돌아가면서 지극정성 간호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한다. 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이혼과 낙태를 자제하며 자식을 많이 낳는 경향이 있다.

둘째, 히스패닉들은 미국 전역에 퍼져 사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남부와 서부 그리고 뉴욕, 마이애미 등 대도시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 흑인이 많아도 한 도시의 과반을 넘는 경우가 없으나, 히스패닉은 8개 이상의 미국도시에서 인구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각종 선거에서 한 도시의 정책을 바꾸기도 하고, 대통령선거에서 판세를 흔들어놓기도 한다. 이들의 70% 가량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러나 2000년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가 남부 플로리다주 표를 가져옴으로써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당시 보도 양상과 다르게 진실은 부시의 친 히스패닉 선거전략 덕분이었다는 설이 설득력이 있다. 젭 부시의 아내가 멕시코계 히스패닉이었고, 부시도 연설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면서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다. 부시는 재선에 성공한 직후 멕시코 출신 곤잘레스를 법무장관에, 쿠바 출신 구티에레스를 상무장관에 임명했다.

셋째, 히스패닉은 미국에서 경제적으로 중하층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단순 노동에 종사하면서, 생활에서는 식품, 의류, 오락 등이 중요하다. 낙천적이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은 한국인과 상당히 유사하다. 미국내 ‘방탄소년단’의 열성 팬들 상당부분은 히스패닉 청소년들이다. <코트라 해외시장뉴스>(우은정)의 ‘미국, 히스패닉 소비자에 주목하라’에 따르면 이들은 일반 미국소비자와 다른 소비패턴을 보인다. 1) 즉각적인 소비행태: 2주마다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으며, 한번에 아끼지 않고 대량으로 쇼핑한다. 2) 가족 중심의 소비문화: 가족과 친구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함께 활동하며 시간을 공유하는 파티나 모임이 많고, ‘함께 먹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3) 특히 식료품에 집중된 소비: 미국 전체 인구와 비교해 식료품 구매에 매우 큰 지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대규모 유통매장보다는 히스패닉 전문 식료품점을 선호한다.

따라서 K-팝, K-뷰티, K-푸드 등 한류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시장 접근 방식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구매력이 높은 젊은층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이들 2세대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디지털 친화적이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이용률이 높으므로 이를 통해 전파된 한류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제품에 개방적인 성향을 나타낼 것이다. 한규만 울산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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