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10배 규모 감소
러시아 -37%로 가장 높아
코로나 발원지 中 -4% 그쳐
국내 100대 기업 174조 소멸
운송업만 유일하게 1%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힌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52일 만에 1경9000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50일 사이에 주요 상장사 100곳의 주가가 평균 20% 넘게 하락하고 시가총액은 174조원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팬데믹…세계 증시 폭락

15일 블룸버그가 86개국 증시의 시총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12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이들 국가의 증시 시총은 72조4869억달러(약 8경8232조원)로 코로나 이전 고점인 1월20일(89조1565억달러)보다 16조6696억달러(18.7%) 줄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2일 만에 1경9475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1893조원(2018년 기준)인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로써 세계 증시는 약세장 진입을 코앞에 두게 됐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추세적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 기간 증시가 하락세를 기록한 국가는 82개국이고, 상승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했다.

20% 이상 낙폭을 보인 국가는 33곳이었다.

국가별로는 러시아 증시의 시총 감소율이 -37.12%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 여파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가 인하 경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겹악재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어 콜롬비아(-35.92%), 노르웨이(-35.40%), 브라질(-34.98%), 슬로바키아(-34.60%), 호주(-33.14%), 태국(-32.54%), 그리스(-31.75%) 등 순으로 시총 감소율이 컸다.

한국 증시의 시총은 1조4768억달러에서 1조1505억달러로 22.09%(3263억달러) 줄어 감소율이 28번째였다.

미국 증시의 시총은 6조6922억달러(18.84%) 감소했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은 시총 감소율이 4.22%(3309억달러)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코로나 52일새 100대 상장사 시총 174조원 증발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2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개 기업씩 총 1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신종코로나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주가와 시가총액 변동을 분석한 결과 52일 동안 주요 상장사 100곳의 주가가 평균 20% 넘게 하락하고 시가총액은 174조원(-19.4%)이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5분의 1 수준의 주식 가치가 증발한 셈이다.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국내 주력산업인 전자업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조사 대상 상위 5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1월20일 465조원에서 지난 12일 379조원으로 50여일 만에 86조원 상당의 가치가 떨어졌다.

이어 자동차(16조원), 석유화학(15조원), 금융(11조원) 업종도 10조원 넘게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금속·철강(8조3000억원), 정보·통신(7조6000억원), 전기·가스(5조3000억원) 등 업종도 주식 가치가 5조원 넘게 떨어졌다. 건설(3조2000억원), 유통(3조원), 기계(2조2000억원), 식품(1조6000억원), 운송·물류(1조5000억원), 항공·해운(1조5000억원) 등은 같은 기간 시가 총액이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주가가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업종은 조선·중공업 분야였다. 이 업종 상위 5개 업체의 지난 12일 기준 주가는 1월20일과 비교해 평균 32.4% 급락했다. 기계 업종도 평균 30.4%나 떨어졌다. 20개 업종 중 팬데믹 선언으로 주가가 평균 20% 넘게 추락한 업종은 12개다. 자동차(-27.2%), 섬유·패션(-26.5%), 금융(-25.5%), 여행(-25.5%), 건설(-25.4%) 7개 업종의 주가는 25% 이상 빠졌다.

20개 업종 중 운송업만 유일하게 주가가 1.3% 상승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