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미 울산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오수미 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재택근무로 혹독한 시간보내

사진작가 안남용·김지영 부부
출강 등 상반기 일정에 차질

전통연희단 내드름
교육프로그램 등 기획 중단

지역 문인화작가 강나연씨
첫 개인전 앞두고 고심 깊어

울산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한달이 돼 간다. 모든 문화예술시설은 문을 걸어잠궜다. 지역축제는 취소됐다. 대형 공연전시는 물론 소규모 모임조차 한순간에 사라졌다. 신종코로나가 집어삼킨 울산문화계는 어둡고 침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망연자실하던 예술인들이 축처진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시민과의 대면은 여전히 어렵지만, 원치않던 공백의 시간이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몸부림이다. 칩거 아닌 칩거 중인 예술가들을 만나 한달 간의 고군분투기를 들어본다.

▲ 문인화작가 강나연씨

◇오수미 울산시립무용단 수석단원

지난달 20일께, 울산지역에 첫 신종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울산시립예술단원들은 일제히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오수미 시립무용단 수석단원도 마찬가지다. 20년 가까이 집(양산)과 회관을 오가면서 주역 무용수로 활약했지만 한달 간의 재택근무는 그 모든 것이 신기루로 여겨질 정도로 혹독한 시간이었다. 시립무용단의 연습은 원래 오후 5시에 끝났다. 재택근무와중에도 마찬가지로 오후 5시까지 집안에 갇혀 꼼짝없이 연습을 해야했다. 최근 일부 국립발레단원이 자가격리 중 해외여행을 다녀와 해고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각 시도 공립예술단원들의 재택근무가 더욱 엄격해졌다. 오 수석단원은 이전 공연물을 영상과제물로 받아, 매일 일정시간 집에서 연습 중이다.개학이 미뤄진 아들과 원없이 함께 보낸 것이 그나마 복이라면 복이다. 예정대로라면 재택근무는 이번주 해제돼야 하는데, 아이들 개학이 4월로 미뤄진 것처럼 재택근무기간 역시 또다시 연장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 사진작가 안남용씨.

◇부부 사진작가 안남용·김지영

안남용·김지영 작가는 최근 중구 태화동으로 스튜디오 겸 작업실을 이전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 때문에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 못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울산대에 출강하는 안남용 작가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게 되면서 전에 없이 동영상 강의를 새로 준비해야만 했다. 야심차게 시도한 필름카메라(아날로그) 사진반 강좌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가, 이번주 수강인원을 대폭 줄여 조심스레 첫 수업을 시작했다. 태화강국가정원으로 예정에도 없던 출사를 다녀온 것이 사진작가로서의 유일한 행보라면 행보다. 김지영 작가 역시 코로나에 올 상반기 일정이 모두 비틀어졌다. 울산교육청 학생청소년교육문화회관의 개관일이 늦춰지면서, 그 안에서 진행하려던 사진반 수업 역시 미뤄졌다. 눈높이에 딱맞춘 커리큘럼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보자기를 풀지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마저도 아까운 시간이라 허비할 수 없다며 미뤄뒀던 스튜디오 작업을 진행하고, 각종 필름과 자료를 정리하며 지내고 있다.

▲ 울산지역 대표 전통연희단 내드름.

◇전통연희단 내드름

울산 중구 성안동 백양사 인근. 연희단 내드름의 연습실은 오늘도 북과 장구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침 일찍 시작된 연습은 김구대 대표를 비롯해 30년차 가까운 원로(?) 단원과 이제 막 입소한 2년차 신입에 이르기까지 모두함께 장단을 맞추는 것으로 진행됐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겨우 마친 연습시간. 하지만 가벼운 식사 이후 또다시 오후 연습에 들어간다. 신종코로나 이후 내드름 단원들은 두문불출이다. 일반인들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했으나, 시작도 못하고 중단했다. 신종코로나 지역사회 확산에 내드름 연습실이 자칫 주범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축제현장에서 활약했던 내드름은 쇠부리 등 울산주요축제가 미뤄지며 큰 타격을 받았다. “외출을 하려고해도 갈 데가 없어서 못간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연습 뿐”이라며 “향후 공연무대에서 한층 달라진 기량을 선보이는 것만이 신종코로나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작가 김지영씨.

◇강나연 문인화작가

지난해 서울아트쇼에서 인지도를 높인 문인화작가 강나연씨. 여세를 몰아 서울 인사동길 바이올렛 갤러리에서 25일부터 일주일 간 생애 첫 초대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로 인해 갤러리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아트쇼에서 얻은 성과를 똑같이 달성할 수 있을 지 마음이 무겁다. 이런 와중에 10여년 이상 머물렀던 작업실을 집 근처 울주군 고속철역 인근 상가로 이전했다. 낡았던 공간을 벗어나 새 공간에 둥지를 트니, 그나마 새로운 각오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개인전이 끝나면 작업실 옆에 조그만 갤러리부터 새로 조성하고자 한다. 8월에는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에도 참여한다. 이어 하반기에는 울산지역 개인전도 계획 중이다. 신종코로나 속에서도 강 작가는 주변 신경 쓸 틈이 없을 정도로 생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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