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역교체율 연장자 순으로 50%
코로나로 새로운 사회시스템 필요
시대 읽는 가치관·능력에 투표해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우리는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국회의 종착역에는 언제나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우리는 선거 때마다 인물교체를 외쳐왔다. 우리 국회가 늘 국민의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인적쇄신’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야 공천결과는 기대치를 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교체율은 28.5%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22명을 포함한 37명이다. 130명의 현역의원 중 93명이 다시 공천장을 받았다. ‘현역 20% 교체’라는 목표는 달성했으나 20대 총선(33%) 보다 교체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주당이 총선의 화두로 내세웠던 ‘인적쇄신’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청년·여성 발굴에도 소홀했다. 청년(45세 이하)은 7.9%(20명)이다. 30% 공천을 목표로 했던 여성 후보는 12.7%(32명)에 그쳤다. 이들 중 여성신인은 7%(18명)에 불과했다. 반면 친문(친문재인)은 한명도 탈락하지 않았다. “경선을 통한 자연스러운 현역교체에 성공했다”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평가는 ‘친문 강화’라는 비판으로 귀결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전체 의석 124석(공천불복 탈당 및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출신 포함) 중 43.5%(54명)가 교체됐다. 민주당보다 교체율이 훨씬 높았으나 목표치 50%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당헌에 여성공천율을 30% 이상으로 못 박았으나 민주당보다 적은 9.5%(24명)에 그쳤다. 청년 공천도 24명으로 민주당보다는 많다. 높은 교체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 면면을 보면 인적쇄신 보다는 계파교체에 주력했다는 비판적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울산지역 선거의 현역교체율은 50%다. 5선의 정갑윤(70·미래통합당·중구) 의원이 지난달 17일 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4선의 강길부(78·무소속·울주군) 국회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경선에서 떨어진 재선의 박맹우(69·미래통합당·남구을) 의원까지, 6명의 현역의원 가운데 3명이 출마하지 않는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상헌(66·더불어민주당·북구)·김종훈(56·민중당·동구) 2명의 초선의원을 배출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최소 2곳 이상에서 초선의원 탄생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강길부 의원은 23일 가진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사람이 바뀌어야 생각이 바뀐다”고 했다. 공무원 생활 33년, 의원 생활 16년, 한평생 공직자로 살아온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에 유난히 묵직하다. 특히 그는 지금이 “비상시국”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젊고 역동적인 후진에게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연장자 순으로 3명이 나란히 불출마함으로써 울산지역 국회의원의 연령대는 크게 낮아지게 됐다. 외형적으로 큰 폭의 세대교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나이가 전부는 아니다. 그릇된 것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옳고 새로운 것을 펼칠 수 있는 인재라면 사실상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가치관과 쇄신(刷新)의 역량을 젊은 사람들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보편적 기대감일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개월여 동안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를 경험한 우리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방법론에 있어 다르긴 하지만 전국 자치단체장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거론하고 있다. 생활이 달라지고 의식이 바뀌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전혀 다른 사회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이 틀림없다.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월15일,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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