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이웃을 위한 역할놀이도 시의적절
지속 가능한 사회 조성 지혜 모아야

▲ 박혜원 울산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장

아이들이 집에만 있은지 한달이 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며 ‘안녕’하며 흔들던 손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다는 어머니들이 많다. 아이들도 삼시세끼 식사준비와 재택근무 등으로 갑자기 무서워진 엄마의 모습에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기는 마찬가지다.

오늘 개학이 예정돼 있었으나 또다시 개학이 연기됐다.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이 저학년으로 이어지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또한차례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언제 개원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COVID-19의 확산세가 주춤해지기는 했으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직 더 필요한 시기다. 외출을 자제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이 답답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렇게 아이들과 오롯이 시간을 보낼 기회가 또 있을까? 특히 어린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그동안 놓쳐왔던 대화, 놀이, 그리고 역할분담 등 바꾸고 싶었던 것들, 실천하고 싶었던 것들은 하나하나 시도해본다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먼저 대화부터 살펴보자. 아이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친절하게, 상세하게 대답해 주던 것도 며칠만에 지쳐서 ‘질문 그만’을 외치진 않았는지? 아이들의 질문을 잘 피하는 방법은 다시 묻는 것이다. ‘글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또는 ‘어떻게 답을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볼래?’ ‘책에서는 뭐라 하는지 알아볼까?’ 등으로 질문을 돌려주자. 그리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가장 좋아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엄마의 친구, 엄마의 취미도 이야기해 보자. 아이의 귀가 쫑긋해 지며 엄마가 자신과 대화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어른스러워지려고 할 것이다.

아이가 즐기면서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 보자. 아이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역할놀이는 요즘같이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할 것이다. 환자역할, 의사역할은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역할놀이다. 아이들도 가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어떤 것들이고, 이웃을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더 이상 답답하다고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직 어리니까, 나중에 크면 하겠지’라고 미루었던 행동들을 실천해 보게 하자.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떤 연령의 아이도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심지어 아기도. 백일된 아기도 엄마의 사랑에 답할 수 있다.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귀여운 미소로. 아이들은 COVID-19사태로 어려워진 사업 때문에 주름이 깊어진 아빠를 위해 동요를 연습해서 공연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 저금통을 털어 아름다운 수선화를 한다발 사가지고 와서 집안을 환하게 꾸미면서 이것이 행사중지로 어려워진 꽃가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훌륭한 사회교육이 될 것이다.

존슨 영국수상은 COVID-19에 감염되어 스스로 격리하는 과정에서 사회(Society)의 의미를 절실히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만 조심해서 피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예견하듯이 이 바이러스는 계절마다 돌아올지 모른다. 부모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아이들이 가족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실천해 보며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혜원 울산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장 한국아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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