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우 울산시 복지여성건강국장

‘가장 특별한 하루는 가장 평범한 하루다’. 어떤 책에서 본 것인지? 어디에서 들은 것인지는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이 말의 무게를 절실하게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지난 1월1일 자로 울산의 복지 여성 건강의 최전선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코로나19 사태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펜데믹 사태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85일째를 보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밤잠 잊은 지도 80여일이 넘은 듯하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고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2월22일 토요일 첫 번째 확진자가 나왔을 때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찔하다. 만약, 대구·경북처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된 초창기만 해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사스와 메르스 정도의 위력을 보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관측했다. 하지만,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2020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온갖 예측과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죽지세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슈퍼 전파자로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의 일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중국처럼 강제력을 동원한 봉쇄적 조치는 없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대구·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 어느 곳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에서 최초로 울산을 드나드는 관문 진입로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비롯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동시에 확진자와 접촉자들을 일일이 찾아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고 방역활동을 반복하는 지난한 일들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12일 현재까지 울산은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41에서 멈추고 있다. 혼란과 불안이 겹치는 공포의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불편을 감내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과 격려 덕분이다.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제1의 백신’이라는 믿음을 증명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면을 빌려 거듭 감사와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오는 동안 시민들의 위대함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자발적 동참이었고, 적극적 참여였다.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가득 담은 편지에서부터 나눔과 배려가 깃든 기부물품이 쇄도했다.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에 맞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고, 받은 도움의 손길을 다시 건네기도 했다. 임대료를 깎아주고, 재고 물품을 사주고, 마스크를 양보했으며, 잠시 멈춤과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한뜻으로 마음을 보탰다.

인정에 온정이 더해지면서 코로나라는 위기와 시련 앞에 더욱 굳건한 울산의 힘이었음을 여실히 입증해 보이고 있다. 울산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진자 증가세는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시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발맞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농민은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다가올 감염병 사태를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공공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송철호 시장을 비롯해 우리 울산의 전 공직자는 오로지 시민의 안전과 울산의 더 큰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할 것이다. 미증유의 사태로 온전한 일상을 보내지 못해 어렵고 힘들겠지만, 나와 가족, 이웃들의 행복한 일상을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변함없는 참여와 협조를 꼭 당부 드린다.

함께 하면,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고,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물리적 거리는 두되 마음의 거리는 한 걸음 한 발작씩 좁히고 마음의 손을 내밀 때 온정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이형우 울산시 복지여성건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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