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선거풍토를 바꾸었다. 21대 총선 사전선거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 유권자 4400만여명 가운데 1170만명 정도가 사전투표에 참여, 투표율이 26.69%에 달했다. 울산은 전국 평균에 비해 약간 낮은 25.97%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은 2017년 대선 때로 26.06%였다. 2016년 20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12.19%였다. 14.50%포인트나 상승했다.

여야 정치권은 자신들의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 사전투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남(35.77%)·전북(34.75%)·광주(32.18%) 등의 사전투표율이 특히 높았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높게 평가하는 지지층과 무당층이 여당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분노 투표자’가 몰려 사전투표율이 높아졌다고 분석하며 호남의 높은 투표율에 위기감을 느낀 ‘샤이보수’들이 선거당일 ‘반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분석과는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덜 붐비는 날로 앞당겨 투표한 것일 뿐 특정 정당 지지세와는 상관없을 가능성도 높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전화면접(3월23~24일 만 18세 이상 1500명)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유권자(93.6%) 중 ‘사전투표일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사람은 26.7%였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이 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72.7%에 달했다. 20대 총선 투표율은 58.0%였다. 여론조사대로 투표율이 나온다면 14.7%포인트 더 높아진다. 사전투표율이나 전체투표율의 증가폭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는 유권자들에게 투표소 가기를 꺼리게 하는 측면이 있는 한편으로 정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일반 국민 모두가 직접적으로 위기를 경험하면서 정치권의 역량을 체감했다. ‘누가 하나 비슷하다’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정치와 선거에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누가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와 보수 정당의 정책 차별화가 뚜렷해진 때문이기도 하다. 갈림길이 분명해진만큼 선택의 변수도 크다. 변수가 커진 그 선택을 국민이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투표다. 국민 다수의 의사가 반영되는 국정운영, 높은 투표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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