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산시-도로공사 대승적 결단 필요

울산시-도공 5년전부터 인지
‘예산놀음’에 시간만 낭비
市, 협약에 따라 전액 부담
예산·지연 책임 등 사면초가

울산~언양고속도로 범서하이패스IC가 5년간 첫삽도 못 뜬 진짜 이유는 ‘돈’ 때문이다. 울산시민에 시급히 필요한 공공재였지만, ‘예산 논리’에 뭉개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제성을 인정하고 울산시와 한국도로공사가 적극 대응에 나서면 꼬인 실타래는 풀린다.

◇‘예산놀음’에 잃어버린 5년

2015년 9월 도로공사와 울산시가 체결한 범서하이패스IC 협약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모든 공사의 주체는 도로공사다.

울산시는 예산만 지원하는 형태다. 양 기관은 총사업비로 책정한 230억9200만원 중 공사비에 121억5400만원을, 시설부대 경비에 11억8100만원, 폐기물처리비에 3억1900만원 등을 배정했다. 나머지는 94억3800만원은 보상비다. 보상비에는 용지보상비와 관로이설비가 포함됐다. 관로이설비는 60억2300만원이 잡혔다.

협약에서 울산시가 보상비 일체를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관로이설 추가 비용은 전적으로 울산시가 내야 한다. ‘예산놀음’에 범서하이패스IC가 5년째 착공하지 못한 주요 이유다. 울산시 측면에서도 억울한 면은 있지만, 협약을 체결하기 전 관로이설을 꼼꼼히 살펴야 했다는 게 건설업계의 평가다. 도로공사와 울산시가 예산논리가 아닌 기술적 차원에서 애착을 갖고 대응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많다.

◇수직방식 부단수 공법만이 대안

우여곡절 끝에 울산시가 그토록 원했던 단수공법은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 지난 1월30일 열린 제1회 유관기관 회의에서 K-water가 2000㎜ 공업용수관의 단수가 불가능하다고 공식화하면서다. 부단수 공법(Line-Stoping공법)으로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 고난위도 공법이지만 부단수 공법을 적용하면 공업용수 중단 없이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공업용수관을 이설할 수 있다.

지금의 과제는 2000㎜관로를 어떻게 부단수로 이설할 지다. 지난 8일 도로공사 2명과 수자원공사 4명, 시공사 2명이 모였다. 관로가 지나가는 8개 구간에 대한 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설방식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설방식은 2가지로 요약된다. 좌·우 수평으로 이설하는 방식과 아래쪽으로 수직 이설하는 방식이다.

시굴 조사결과, 수평적 이설은 공간이 부족한 애로가 확인됐다. 굳이 하려면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매설한 1350㎜ 상수도 관로 1개와 700㎜ 상수도 관로 1개를 옮겨야 한다. 이번에는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관로

를 건드리지 마라”고 경고했다. 흙탕물이 시민들에게 공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재로써는 수직이설 방식만 남았다. 도로공사는 수자원공사에게서 시공사의 시굴조사 결과가 타당성한 지 재차 검증했다. ◇불편한 심기의 울산시…사면초과

문제는 또 돈이다. 세영종합건설이 추산한 수직이설 비용은 60억원이다. 수평이설보다 10억원 비싸다. 현재 책정된 관로이설 예산의 2배다. 현장조사에 참석해 수자원공사와 시공사의 의견을 종합해 추가 예산의 필요성의 명분을 확보한 도로공사는 울산시에 공식적으로 추가예산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도로공사의 요청을 수용하고 추가비용을 분담하겠다면 사업은 바로 재개된다.

그런데 울산시는 불편한 심기가 확연히 엿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여력이 취약해진 울산시가 세출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시점에 60억원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으려니, 사업 지연에 대한 책임을 다 뒤집어 쓸 수 있어서다. 사면초과에 빠지는 형국이다. 울산시는 도로공사의 공문이 접수되면, 추가예산 투입이 적절한지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2015년 협약서에 명시됐던 2017년 준공은 이미 물건너 갔다. 새롭게 재설정한 2022년 6월5일이 준공도 공정이 지금까지만 6개월 차질을 빚으면서 불가능해졌다. 진작에 부단수공법을 했다면 2년전 범서하이패스IC는 완공돼 시민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울산시와 도로공사가 또다시 예산 문제를 합의하지 않을 경우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시공사는 “울산시의 예산 사정이 어렵다면, 우선 천상 2개 램프에 예산을 쏟아붓고, 차후 예산을 확보해 구영쪽 2개를 하는 게 맞다. 단지 울산시가 추가 사업비를 확실히 지원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도로공사 관계자 “공사비를 울산시에 청구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수자원공사 입장을 공식적으로 받았다. 협약에 따라 추가 사업비 분담을 울산시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도로공사에서 공문이 오면,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