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등 악재로 수요 급감
재고 넘쳐 저장공간도 없어

▲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WTI가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의 정유시설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산 원유 가격이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지는 전례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마치 집계 오류를 의심하게 하는 역대급 유가가 형성된 셈이다.

1배럴의 원유를 사서 가져가면, 되레 40달러를 주겠다는 뜻이다. 다만 정상적인 수급 거래의 결과라기보다는, 수요 자체가 완전히 실종되면서 수치상의 마이너스 유가가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원유시장에서 기이한(bizarre)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인데다 ‘-37달러’라는 수치 자체도 기록적이다. 장중 최저치는 -40.32달러다.

오전 개장하자마자 급락하면서 10달러선이 무너졌고 오후 들어서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장마감 직전 -10달러 부근에 머물다가, 최종 -37달러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순식간에 30달러 가까이 밀린 것으로,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가하락 압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물만기 효과가 겹치면서 기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상품선물 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한다.

5월물 WTI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원유를 가져갈 수 없다보니 일제히 인수 시점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원유저장고는 물론이거니와 바다 위의 유조선도 재고로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내륙 유전에서 생산되는 WTI 특성상 저장공간 확보가 더욱 어렵다는 점도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2000만배럴 가까이 늘었다. 1100만배럴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CNBC 방송은 “저장 탱크는 이미 채워져 더는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