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둔지 철수 명령 3시간 20분 만에 장병 1천800명 안전하게 대피

▲ 산불진화 출동
(고성=연합뉴스) 지난 1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투입된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가 2일 새벽 산불지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2020.5.2

[경상일보 = 연합뉴스 ] 군 장병 1천800여 명이 주둔지를 철수해 긴급 대피한 강원 고성산불은 발생부터 대피까지 긴박의 연속이었다.

    고성산불은 지난 1일 오후 8시 4분께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화재에서 야산으로 옮아 붙어 시작됐다.

    해마다 봄철 산불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양간지풍'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한 산불은 걷잡을 수 없었다.

    불길이 거세지자 고성군은 오후 8시 29분께 육군 22사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강풍을 타고 번지는 화마는 오히려 육군 22사단 사령부와 신병교육대까지 위협했다. 비슷한 시각, 도원리와 학야리 주민 대피가 이미 시작된 긴박한 상황이었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사단 사령부 주변에 산불 확산 저지선을 구축하고 진화 차량을 속속 배치했다.

    하지만 불길은 점점 더 위력을 더했다. 결국 상급 부대인 육군 8군단은 오후 10시 10분부터 22사단 장병들에게 완전군장 상태로 주둔지를 철수하도록 했다.

    철수 명령이 내려지자 군 장병과 장비를 실은 차량이 연신 부대 밖으로 빠져나왔다. 일부 장병은 완전군장을 한 상태에서 도보로 이동하기도 했다.
 

강풍 타고 번지는 산불
(고성=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강원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서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주변 지역으로 번진 산불이 맹렬한 기세로 산림을 집어삼키고 있다.2020.5.2 

    대피 장병 중에는 22사단 신병교육대 소속 800여 명도 포함돼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주둔지를 떠난 장병 1천800여 명은 속초공설운동장과 인근 학교시설 등 안전한 곳으로 분산 대피했다.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 3시간 20여분 만이다.

    문제는 22사단 사령부 내 탄약고였다.

    탄약고에 산불이 옮겨붙을 경우 엄청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대 지휘관과 주요 간부들은 현장에 남아 탄약고 주변에서 살수 작업을 펼쳤다.

    살수 작업에는 군 소방차 32대, 민간 소방차 10대가 투입돼 밤사이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탄약고를 지켜 내기 위한 민군의 사투 끝에 탄약고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었다.

    양원도 육군 8군단 공보정훈 참모는 "장병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천800여 명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며 "부대에는 필수 인원과 지휘관이 남아 탄약고 등의 중요 시설을 지켰다"고 말했다.

    8군단은 예하 부대 장병들은 1천200여 명의 장병을 순차적으로 산불 현장에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고성 산불 현장으로 출동하는 군 장병
(고성=연합뉴스) 2일 오전 육군 22사단 장병들이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장비와 마스크를 수령한 뒤 잔불 제거 작업을 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2020.5.2 [육군 22사단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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