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지자체 등 행사 줄취소…선물로 때우기도 난감

▲ 서울대공원 일부 개장, 어린이날 행사는 취소[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상일보 = 연합뉴스 ] 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5)씨는 어린이날이 다가오는 게 두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있던 4살 아들이 며칠 전부터 "어린이날에 어디 가냐"고 물으며 나들이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정씨는 2일 "코로나19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아이가 이해를 잘 못하고, 집에만 갇혀 있다가 어린이날에는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연휴라 밖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나가기는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자치단체 등에서 준비한 각종 행사로 부모들이 어린이날 나들이 계획을 짜기가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매년 열어 오던 어린이날 행사와 생태 체험 프로그램, 동물학교 등 모든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역시 코로나19 예방과 차단을 위해 어린이날 행사를 모두 취소했고, 대구시도 두류야구장 일원에서 계획된 '어린이 큰잔치'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어린이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선 "어린이날이 제일 고민"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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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분당에 사는 한 초등학교 2학년 딸 엄마는 "어린이날에는 아이와 여행을 가거나 공연을 보여주곤 했는데, 올해는 황금연휴라 실내든 실외든 사람도 많을 것 같고 집에만 있기엔 아이한테 미안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직장인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연휴에 놀이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아직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며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아이가 좀이 쑤셔할 것 같은데 잘 달래 봐야겠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야 한다면 최대한 사람이 덜 몰리는 곳을 찾는 쪽으로 '대안'을 궁리하는 부모들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어린이날에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데리고 경기도 외곽이나 강원도 펜션에 가서 시간을 보낼까 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선물을 사주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만 있는 아이를 위해 그간 웬만한 장난감은 다 사준 데다, 무급휴가 등으로 경제적 타격까지 입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뒀다는 한 직장인은 "그동안 집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은 많이 사준 데다 경제적 부담도 커서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진 않았다"며 "대신 연휴 기간에 휴대전화를 더 오래 사용하도록 허락해 주고, TV 시청도 자유롭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회사에서 일주일간 무급휴가를 쓰게 하는 바람에 월급의 4분의 1이 들어오지 않아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다"며 "어버이날 양가 부모님께 적게나마 용돈을 드려야 해서 어린이날 선물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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