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제조업 기피현상 심각해
숙련기술인 지원·육성 관심 필요
울산 기술진흥원 설립 추진 환영

▲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우리는 과거 코로나 사태 이전 전혀 상상치 못했던 세계의 모습을 보고 있다. 최고의 국가라고 칭하는 미국에서 인공호흡기 부족으로 자동차회사에 생산을 명령하고 부족한 마스크 확보를 위해서 타국으로 수출 중인 물량을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였다 전해진다. 핀란드에서는 중국으로부터 200만개의 마스크를 구입하였으나 부적합하여 반송하고 책임자를 문책하였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장비 및 마스크가 원활히 공급되고 있으며 사재기 현상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우리의 경제적 충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덜 한 것은 방역 뿐만 아니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의 특징에 기인한다고 하였다. 국내에 충분한 마스크 공장과 의료산업을 보유하고 있고 관광 산업비중은 GDP의 3% 정도로 유럽국가의 4분의1 수준이어서 경제의 타격이 덜하다고 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국가가 어려울 때 현명한 재상을 생각하고 집안이 가난할 때 현명한 부인을 생각한다(國亂思良相 家貧思良妻)”고 하였다. 우리의 제조업은 코로나 시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현명한 재상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은 단지 제도나 자금 지원만으로 확보할 수 없다. 많은 선진국이 인력난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함에도 못난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남들이 기피하는 생산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숙련기술인이 있었기에 제조업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밝지만은 않다. 청년층의 기피현상으로 숙련기술 인력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숙련기술인의 비중이 2014년 14.2%에서 2018년 16.9%로 증가되었다.

반면 20대 청년층의 비중은 매년 감소되고 있다. 또한 일반 성인과 직업계고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2%가 숙련기술인이 합당한 보상과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숙련기술인의 역할이 종전만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거의 산업혁명 역사를 되짚어 보면 기존 산업의 인력수요는 감소하지만 새로운 부문의 인력수요는 새로이 창출되었다.

일례로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글로벌 그린뉴딜>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2028년까지 화석연료 문명이 종료될 것이며 태양광 및 풍력발전, 전기차 등 관련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현재 100만여명의 미국인이 태양광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인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비하여 직업교육 등으로 방대한 인력육성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수도인 울산은 숙련기술인과 발전을 함께 해왔다. 중앙정부의 숙련기술인 우대정책과 병행하여 자체적으로 최고 장인 선정, 명장의 전당 및 명장거리 조성 등 많은 지원을 하여왔다.

이에 따라 현재 울산시의 명장 등 우수 숙련기술인은 180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우수 숙련기술인 3680명 중 5%에 달하고 있다. 울산시 인구가 전국의 약 2%인 점을 감안할 때 전국 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오는 6월에 개최되는 울산지방기능경기대회의 예상 참가자가 221명으로 2015년 382명 대비 42%나 감소하고 있어 숙련기술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숙련기술인이 자신의 노하우 전수를 위하여 2019년도에 울산 교육청과 협약을 맺는 등 직업교육훈련에 참여하고 있지만 청소년에게 실질적으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

4차 산업 활성화 등 산업수도로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울산시로서는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산업의 숨은 영웅인 숙련기술인에 대한 지원 확대와 육성 강화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울산시에서 명장,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우수 숙련기술인이 산업현장에서의 삶과 지식을 청소년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동남권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최유경 한국산업인력공단 상임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