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프랑스가 사랑하는 거리예술가, 울산 오다

▲ 울산 현대예술관의 예채영 큐레이터가 ‘무슈샤’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장에는 포토존과 그림체험공간도 있다.

지하철서 그림 그리다 철창행
시민 1만7천명 구명 서명운동
올해 亞 최초 한국전시 앞두고
서울타워·태극기 작품에 담아
7월19일까지 현대예술관 전시

사랑받는 작가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전시는 언제나 진리인 그 말을 또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거리예술을 하던 무명화가가 세계적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건 그만의 특별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 뷔유’(43·사진)에겐 무언가 더 있다. 끊임없는 창작열, 지치지않는 에너지,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 선 뒤에도 가장 낮은 자세로 관람객을 위하는 초심이다. 이를 확인한 순간 ‘예술이 된 낙서’의 진가가 더욱 확연하게 다가왔다.

▲ ‘토마 뷔유’(43·사진)

거리예술가 ‘토마 뷔유’ 그림 속엔 ‘무슈샤’(프랑스 말로 ‘미스터 고양이’)가 늘 등장한다. 무슈샤는 원래 뒷골목과 지하철역 구석진 벽면에 그려졌다. 이후 고양이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친근함의 대명사로 다가섰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대중적 캐릭터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역사에 허락없이 그려진 무슈샤가 또 등장한다. 이 일로 토마 뷔유는 철창 속 신세가 되는데 놀라운 반전이 벌어진다. 공공재산 훼손죄로 고소된 거리예술가를 구하자며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고소를 취하하라며 무려 1만7000여명이 성명에 동참한다. 기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은 전시장 속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슈샤는 달러 및 유로화와 같은 지폐 위에도 그려져 있다. 마티스를 향한 오마주 작품에도 등장한다. 날개 달린 무슈샤가 샛노란 얼굴로 새하얗게 웃으며 춤을 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의 전시를 위해 특별히 그려진 최근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40대 초반의 토마 뷔유는 해외 순회전이 예정될 때마다 해당 국가의 역사문화에 심취해 새로운 작품을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장을 찾게 될 이들의 가치관과 인식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인 것 같다. 관람객을 위한 그만의 배려처럼 느껴졌다.

대형 그림 속에는 한국인 관람객에 대한 애정이 그득하다. 작품 ‘서울스케치’에는 무슈샤와 함께 서울의 남산, 서울타워, 태극기, 경찰청과 같은 낯익은 이미지가 들어있다. 조선왕실의 일월오악도 역시 작가적 상상력과 맞물려 새롭게 표현된다.

다만,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제대로 알려면 반드시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인터넷 정보홍수 속에서 토마 뷔유의 정보를 구하는 일은 예상외로 어렵다. 단편적인 사실만으로는 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사전 문의로 큐레이터와의 만남을 약속하고 찾는다면, 관람 후의 만족감이 두세배는 커진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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