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비대면 영업 확산 등
산업현장 패러다임에도 변화
새로운 틀 맞는 인식개선 필요

▲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간이 군집을 이루는 생활에 큰 도전이 생겼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공식이 이젠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라는 말로 대체됐다. 황사로 인해 마스크를 쓴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꽤나 어색해 보였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더 어색해 보이고 나아가 마스크 없이 사람을 대면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까지 확산됐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서 생겨난 부작용 중의 하나가 도무지 상대의 현재 기분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얼굴을 가린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할 지 꽤 난감하다. 특히 입술을 마스크로 가리고부터 거짓을 말하는 어색함이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입술의 모양이 만들어낸 역사이다. 갖가지 사건과 사고, 인간사의 모든 일들은 입술이 만든 틀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발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현생인류가 다른 종의 인류를 물리치고 유일하게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3만 년 전에 인지혁명을 거치면서 얻게 된 거짓말하는 능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거짓말은 말의 유연함과 더불어 입술의 모양이 큰 역할을 했다. 말이 한몫을 한 세상이다. 이제까지 현생인류는 이 입술이 만든 사회적 틀에 의해 문화를 만들고 삶의 방식을 형성하며 살아왔다. 윤리나 도덕, 법률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입술이 개입하지 아니한 곳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틀이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기존 틀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틀이 생겨나고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이젠 집에서 일을 한다. 사람들은 만남으로 결과를 얻는 시대에서 만나지 않고도 결과를 얻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발로 뛰며 거래처를 방문하던 전통적인 방식의 영업 분야에서도 유튜브를 통해서 동영상을 올리거나 블로그에 정보를 올려서 다수의 고객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틀은 실적이다’라는 것이다. 실적이 없으면 모든 것은 소용 없어진다. 그것이 증명되지 않으면 그 자리는 영속하지 못한다. 결과가 한몫을 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집에서 출근하지 않고 근무하여도 오후가 되거나 주말이 되면 그동안의 일한 결과를 상사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결과의 시대는 모두가 주인이고 사장이다. 그 결과가 곧 자기 분깃(몫)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는 ‘비정규직’이란 단어가 어두운 낱말이지만 IT산업에서는 오히려 희망이 섞인 단어다. 이들 직업은 결과로 보상 받는 임시직이기 때문이다. 임원도 결과로 보상 받는 임시직이고 비정규직이다. ‘숫자가 인격이다’라는 말이 있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은 늘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을 지탱하는 틀도 변하는 것이다. 틀이 변했다는 것은 기존 사고의 방식으로는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가령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것도 기존 틀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대결이지만 새로운 틀은 근로자와 근로자의 대결이 된다.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곧 소비자)가 또 다른 근로자에게 지불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을 단지 사용자가 대신 심부름을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어느 면에서는 시장에서 결정할 과제이지 않을까.

1998년 IMF금융위기, 2008년 리먼사태, 2020년 미중무역전쟁과 코로나 사태 등 일련의 카오스를 기존 틀로는 10년 주기로 해석하거나 한 국가의 문제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런 대입법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숙제가 세상에는 비일비재하다. 동시 다발의, 미경험의, 그리고 믿었던 힘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소용돌이가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분기 실적이 조 단위의 영업 손실을 드러내고 있다.

오직 결과가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이 군집 동물인 것은 변함없다. 흩어지면 산다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결과가 없다면 영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다.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새로운 틀이다. 과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결과를 만드는 과정도 새로운 틀에 의해서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다.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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