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 위한 철통 방역
선수 동선마다 소독제 비치
연습라운드 같은 실전 치러

▲ 1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42회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최예림과 조아연(위쪽부터)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1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마치 철통 경계가 펼쳐지는 1급 보안 시설과 다름없었다.

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 열리는 프로 골프 투어 대회다.

주차장에서 차에서 내린 선수들은 문진표를 작성해 제출하고 체온을 잰 뒤 자외선 살균기를 거쳐야 선수 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 전후에 머무는 선수 라운지 입장도 철저하게 제한했다. 선수와 캐디 말고는 누구도 출입을 금지했다. 선수 부모조차 예외는 아니다.

코스 안에서도 우선순위는 방역에 맞춰졌다. 웬만한 동선에는 소독제가 비치됐고, 깃대도 손잡이 부분은 항균 필터를 감아놨다.

선수는 경기 중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지만, 캐디는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스코어 접수처는 아예 야외에 차렸다.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갤러리가 많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도 부러워하는 KLPGA 투어에서 갤러리의 함성과 갈채가 없는 경기는 선수들에게 너무나 낯설었다.

선수들은 “어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혜진(21)은 “첫 홀에서 버디를 했는데 버디 세리머니 하기가 뭣했다. 이글 퍼트를 넣고도 나 혼자 좋아했다”고 웃었다.

안송이(30)도 “버디를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버디 세리머니를 하려다 그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보니 뻘쭘해지더라”고 웃었다.

▲ KLPGA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14일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대회 참가 선수들이 1인용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이소영(23)은 “버디를 하고도 버디를 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영(24)도 “아무래도 신이 좀 덜 났다”고 전했다.

김세영(27)과 오지현(27)은 “마치 연습 라운드를 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오지현은 “내게 에너지를 주는 팬들의 응원이 없으니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이보미(32)는 “지난해 일본에서 태풍 때문에 갤러리 입장을 막은 대회를 치러봤다”면서도 “외로웠다. 같이 경기한 동생들 덕분에 그나마 나았다”고 말했다.

늘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박성현(27)은 “좀 심심했다고 할까. 신선했다”면서 “아무래도 신은 좀 덜 나더라”고 밝혔다.

배선우(26)는 “갤러리 반응으로 내가 친 샷이 그린에 올라갔는지, 핀에 붙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갤러리가 없으니 그게 좀 답답했다”고 말했다.

갤러리 없이 경기하니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혜진은 “무관중에 익숙해지니 경기 진행도 빠르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도 “집중력은 더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갤러리 없는 경기가 더 익숙한 신인 가운데 몇몇은 KLPGA투어 데뷔전이 무관중으로 치러진 게 다행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선수는 “원래 나를 따라다니는 팬이 거의 없었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는 다소 서글픈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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