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당대 세계 최고의 지휘자를 꼽으라 한다면, 단 한명이 아니라 유럽에서는 베를린 필 지휘자 카라얀, 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의 번스타인이라 해야 정답이 될것이다.

번스타인은 미국 메사추세츠 보스턴 근처 로렌스에서 1918년 8월25일 태어났다. 유태계인 번스타인의 아버지는 소련(정확히 말해 우크라이나)에서 살다가 징집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여 큰 부를 이룬 사업가였다.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던 번스타인은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그대로 피아노로 다시 칠 정도로 탁월한 음악성을 보였다. 어머니가 즐겨 듣던 음악을 듣고 자라난 덕분이며 피아노와 음악 이론도 배우며 자랐다. 번스타인은 하버드대에 입학해 음악 이론과 작곡법을 배웠고, 졸업후 필라델피아의 커티스음악원에서 지휘법을 공부했다. 그 후 탱글우드음악제 보조 지휘자 경험을 하고 뉴욕필하모닉의 부지휘자가 되었다.

당시 뉴욕필하모닉의 음악 고문을 맡고 있던 브루노 발터가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지휘를 하지 못하게 되자 부지휘자인 번스타인에게 지휘가 맡겨졌다. 연습 한 번 안 해본 상태에서 리허설도 없이 치러야 했던 공연이었지만, 번스타인은 발터의 연습시간마다 충실하게 악보를 보며 공부했던 실력으로 곧장 훌륭하게 지휘를 했다.

대타로 섰던 무대가 전국에 생중계되며 성공적으로 지휘를 마친 번스타인은 그 다음날부터 미국 최고의 지휘자 반열에 서게 됐다. 그 후 10여 년 동안 객원지휘자로 여러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경험을 쌓아 가다가 드디어 39세에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초청받고, 그 다음 해에 음악감독 겸 지휘자가 됐다. 그때부터 천재성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지휘자로서 미국인들에게 큰 음악적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이제까지 외국에서 유명한 지휘자들, 특히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 출신과 소련 출신의 수준 높은 지휘자들이 미국음악계에서 활동하던 때라서 번스타인의 출현이야 말로 미국인들의 자존심의 상징이 됐다.

하루에 5갑, 100개피의 담배를 피우던 번스타인은 1990년 10월14일 미국 뉴욕에서 결국 폐암으로 사망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합창지휘박사

#추천음악 : 번스타인 작곡,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