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지방의원 공천제 폐지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 낮춰야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가능

▲ 김형석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

제21대 국회가 개회되었다. 1985년 제12대 국회 이후로 사상 유래가 없는 집권여당의 압승이었다. 보수야당은 겨우 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였다.

반면 우리 울산은 지역구 6석 가운데 5곳을 보수야당이 가져가고 겨우 한 곳만 집권여당이 가져가 체면치레만 하였다. 지난 2018년 시장, 구청장, 시·구 지방의회 모든 선거에서 여당이 싹쓸이 한 지방 선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민심은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 또한 여당의 분발을 촉구하고 좀 더 겸허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 정가의 방향에 대해서 몇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병폐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 있어서 단연코 현직이 유리한 선거지형은 전에도 그랬고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야를 불문하고 늘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말로서는 정치신인의 장벽을 낮추고 여성과 청년의 진출과 장애인의 차별없는 투표권을 하나같이 외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없었다. 지역 정가의 두 거목인 4선의 강길부 의원과 5선을 지내고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정갑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발표될 때만 해도 정치발전의 기대섞인 희망이 비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정치신인을 위한 가산점으로는 기득권을 넘어서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인지도에서도 현직의원은 의정보고회 회보를 통해 각 세대에 알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시·구 의원의 공천권을 통해 조직을 장악할 수 있었다. 반면 신인은 예비후보기간을 포함해도 얼굴알리기에는 선거기간이 너무나 짧다. 신인의 입문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파격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 꿈은 요원(遙遠)하다. 경륜과 젊음의 패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룰때 다양한 유권자의 민의를 대변할 수 있다.

이에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여러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공중파를 통한 방송연설의 빈도를 현역보다 더 많이 준다든지 의정보고회에 준하는 공보물 발송기회도 일회 정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선출직 지방의회의 공천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기초의원과 단체장 정당공천제는 공정한 정당시스템을 통한 책임정치 실현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중앙정치권에 예속되고 지역사회의 분열을 초래했다. 더군다나 지방의회는 사실상 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으로도 불리어 지고 있다. 시민이 우선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의전이 우선순위가 되었고 공천에 발목이 잡혀있다.

공천제 폐지는 이미 수차례 제기되었다. 지난 2009년 시구군수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무려 86%가 폐지에 찬성하였다.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6차례나 법안이 나왔지만 심의조차 안 했다. 국회의원의 조직 장악과 직결되는 문제라 공천권을 내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권한도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그 혜택 또한 적지 않다. 불체포특권은 그 중에 최악의 악법이다.

대통령제의 과도한 권력집중을 지방의회의 입법권 강화를 통해 분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울산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비록 전통야당이 압승했지만 집권여당도 4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그 어느 도시보다 성숙된 시민의식과 정치성향이 표심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전국적인 정치 일번지의 바로미터가 울산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180석의 거대여당과 보수를 대변하는 전통야당, 그리고 노동자 대변정당의 뿌리도 바로 울산이다. 어느 한 정당도 기득권과 현실에 안주한다면 지역 표심은 매서운 회초리를 들 것이다.

현재 단체장과 국회의원은 여야로 갈라져 있다. 비록 당은 서로 싸울 수밖에 없더라도 그 가운데서도 시민을 위한 협치를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김형석 울산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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