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때는 교사배치 동선 조절

하교시간엔 아무런 지침 없어

학교생활 거리 두기 유명무실

오늘 4차 등교…전학년 완료

강제 순환등교 요구 목소리도

▲ 지난 5일 울산 울주군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하교 시 학생들에 대한 생활 지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학교 내 생활 속 거리두기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교내에서도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잇따르는 가운데 8일 전면 등교 개학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학년별 순환 등교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된다.

지난 5일 찾은 울산 울주군 천상고등학교 앞. 하교 시간을 맞아 수십 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계단을 내려왔다. 일부 여학생들은 친구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하교한 학생들은 교문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한데 뭉쳐 있었고, 길을 건너서도 학원 버스를 기다리느라 같은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간대 무거동 우신고등학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각급 학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사를 배치해 1m씩 거리두기에 따른 등교 지도를 하고, 급식실 동선을 조정하는 등 교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내용일 뿐으로, 하교 시에는 아무런 지침이 없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물론 안전 도우미조차 배치되지 않아 학생들이 집단 감염에 무방비로 방치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하교 시간대가 일정한 만큼 좁은 통로로 수십 명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일이 다반사다. 교문을 나선 학생들이 학교 앞 신호등이나 버스 정류장에 대기하는 모습인 북적거리는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한다. 학급 및 학생 수가 많을수록 혼잡도는 비례해 심해진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하교 시에는 별다른 지침이 없어 학생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례 시 담임 교사가 마스크 착용 및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등에 대해 교육하지만, 하교 지도를 위한 교사 배치는 원격수업 준비 등 기존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교 시 생활지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교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하교 시 관리에 구멍이 생긴다면 교내 거리두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천상고등학교 학부모 정모씨는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상황은 대동소이한 것 같다”며 “학교에서 아무리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하교 때 방치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을 시작으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6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이 등교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휴식 시간 및 급식 시간 등 교내 생활 시에도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보다 엄격한 학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감염 확률을 낮추기 위해 학교장 재량이 아닌 시교육청 차원의 강제 순환 등교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울산에서는 8일 4차 등교 개학을 끝으로 전 학교급 전 학년이 모두 등교 수업을 받게 된다. 학교장 재량에 따라 일부 학교는 순환 등교를 시행하는데, 시교육청은 정확한 순환 등교 참여 학교는 이날 등교 후 학교별 출석률 현황을 보고받아야 파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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