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 어렵고 재발 쉬운 암
가장 좋은 예방법은 ‘금연’
50세이상 흉부CT로 조기진단을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근 대한암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할 암 환자는 총 24만3000여명이며, 이중 남자는 12만6000여명, 여자는 11만7000여명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8만여명이 될 것으로 보고하였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에서 가장 많이 발병할 것으로 예측된 암은 폐암으로 과거 한국인에서 가장 흔한 암으로 알려진 위암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폐암 발생률이 남자에서 1위 그리고 여성에선 노령으로 갈수록 그 발생 빈도가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폐암의 주 원인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흡연이다. 따라서, 폐암 환자 대부분은 여전히 흡연자들 중에서 생기며 금연이 폐암의 발생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예방적 조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모든 폐암이 흡연자에서만 발병하진 않는다. 즉, 전혀 담배를 피워 본적 없는 여성에서도 폐암이 생긴다. 비흡연 여성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진 않다. 하지만,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음식 조리 중 기름이 높은 온도에서 타면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여성에서 가장 흔한 암은 유방암이며, 2위는 갑상선암이 차지하였다. 대장암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위 발표 자료에서 흥미로운 점은, 폐암이 남녀 모두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에서 폐암은 발병 순위로 보면 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흔히 발생하는 암이 아닌 폐암 환자들 중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높은 치사율을 갖고 있는 것일까?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폐암은 발병해서 상당히 진행될 때까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폐는 솜처럼 부드러운 장기로 그 안에 딱딱한 암이 생겨도 통증이 생기지 않으며 초기엔 기침, 가래 등도 없거나 평상시와 같아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없다. 설사, 자각증세가 생겨도 그렇게 중하게 느껴지지 않아 바로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후 병원을 방문했을 땐 수술로 제거하기엔 이미 늦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결국 폐암 환자의 반 이상은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병기로 첫 진단을 받게 된다.

둘째, 다행히 조기 진단되어 수술을 통해 깨끗이 제거하였다 하더라도 재발이 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1기 위암은 수술 후 재발율이 5%인데 반해, 폐암 1기는 수술 후 재발되는 환자가 20~30%나 된다.

마지막으로 폐의 기능 자체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우리가 숨 안 쉬고 몇 분을 견딜 수 있는가 생각해 보라. 폐는 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동시에 대사과정에서 발생되는 노폐물인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한시도 쉴 수 없는 그러한 기관이다.

예를 들어, 마라톤 선수가 발목을 다쳐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최소한 어느 속도 이상으로 뛰어야 하는 입장이 바로 폐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폐암에 걸려 제 기능을 할 수 없더라도 우리 몸이 살아있기 위해선 최소한의 폐 기능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암이 진행되어 폐 기능이 점차 떨어져 가는 과정에서 어느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다른 장기의 암들보다 그 치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향후 사망률 1위 폐암의 자리를 다른 암이 차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무서운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이 제일 중요하며 실내 공기가 오염되지 않도록 자주 환기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되겠다. 특히, 주방에서 고기나 생선 조리 또는 기름에 튀기는 요리를 할 때는 강제 환기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50세 이상의 분들은 여유만 된다면 폐암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는 저용량 흉부 CT 촬영을 한번 쯤 권유해 드리고 싶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