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단체협약 놓고
“약자 보호 VS 고용 대물림”
1·2심 재판부는 무효 판단

▲ 자료사진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직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도록 한 현대·기아차 단체협약을 두고 대법원에서 구직자의 기회를 빼앗은 ‘고용 세습’이라는 주장과 적법한 보상이라는 의견이 부딪쳤다.

대법원은 17일 대법정에서 산업재해 사망자 A씨의 유족이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공개 변론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12명의 대법관이 참석했다.

A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자 유족들은 A씨 자녀를 채용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면 6개월 내 직계가족 한 명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사측이 이를 거절하자 유족들은 A씨의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과 채용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이런 단체협약 규정이 사용자의 고용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며 무효로 판단했다.

이날 공개 변론에서 현대·기아차 측은 산재 자녀의 특별채용 협약은 다른 구직자의 평등권을 침해한 ‘고용 세습’이라고 비판했다.

현대·기아차 측 대리인은 “산재 유족이 고용 세습 조항으로 취업을 보장받는 것은 부모 찬스를 사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라며 다른 청년 구직자를 차별해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특별 채용이 산재 유족에 대한 보상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는 “산재 유족이 실력으로 채용되면 특별수당을 지급해서 우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채용으로 보상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사회의 부가 한쪽으로 쏠리고 빈곤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정의 가치는 사회적 약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재 유족 보호라는 측면에서 공정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의 경우 특별 채용된 산재 자녀는 전체 채용 규모의 0.5%도 채 되지 않아 청년구직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폈다. 대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여 생긴 청년실업 문제를 산재 유족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법관들의 송곳 질의도 이어졌다.

김선수 대법관은 현대·기아차 측이 ‘고용세습’ ‘일자리 대물림’이라는 표현을 반복하자 “사망 근로자 자녀를 사회적 신분으로 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민유숙 대법관은 특별 채용을 해줄 가족이 없는 비혼 직원은 산재 자녀 특별 채용 협약으로 차별을 받을 여지가 있다며 특별 채용 조항이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따져 묻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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