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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민문화권과 ‘걸어서 1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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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5  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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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울산대 겸임교수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 와중에도 향후 5년간 울산문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연구와 그에 따른 제안(제2차 울산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이 멈춤없이 진행됐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감염병’과 ‘문화정책’을 묶어서 기고하는 이유는 양자 모두가 ‘뉴-노멀’, 즉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세울 것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30일, 국회는 ‘문화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 새로운 법제정은 마치 헌법을 새로 만든 것과 같이 커다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한국의 문화정책은 ‘문화예술진흥법’(1972)에 의해 추진됐는데, 이 법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예술가를 지원하고, 예술가가 활동할 수 있는 문화기반시설(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시설에서 시민들의 표현 활동은 불가하다.

그러나 문화기본법은 국민의 ‘문화적 표현과 활동’을 기본권으로 정하고, 보통사람들의 문화·예술 창작과 참여 활동에 대한 지원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법률이다.

즉 문화기본법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의 방향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 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정부는 지역과 시민의 문화 창조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문화진흥법(2014)을 제정하고, 지역문화재단 설립과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의 취미로 인식되던 문화가 어째서 공적자금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 국가 책무로 되었을까. 그 이유로 하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문화가 철강이나 석유를 대체하는 경제 자원으로 부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가 사람들을 ‘사고와 행위’의 주체로 인식하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까지 개발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원조 경제로 이해됐다. 그런데 개도국은 개발을 할수록 더 빈곤해졌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추진되는 경제원조는 개도국의 ‘무료노동’, 즉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유발하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개발을 단지 경제적 동기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위한 문화적 동기 부여 전략으로 수정하게 된다. 문화란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찾듯이’ ‘어린 아이들이 생일파티를 기대하듯이’ 어떤 생각과 행위를 자연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는 문화를 통해 개발 주체를 형성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상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문화가 경제가 되는 시대에 생활문화 지원은 단지 개인 취미생활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성장 잠재력을 위해 시민의 문화권과 문화력을 키우는 중차대한 일이 된다. 따라서 울산시에서 잘 알아서 하겠지만, 제2차 울산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은 법으로 규정한, 그리고 세금부담자인 시민의 문화권과 문화력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문화(시민문화)는 기존 예술가 중심의 문화정책에 단지 ‘끼워 넣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국가와 지방정부는 생활문화 지원을 위해 시민들의 생활권 가까이에서 문화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활문화센터 조성운영’(2020까지 352곳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숫자는 229개 구에 각 1.5개 정도로, 기존의 문화기반시설 보다도 턱없이 적은 숫자다(울산, 3곳). 이 때문에 중앙정부는 ‘생활SOC’처럼 타 부처와 연계해 생활기반형 커뮤니티 공간 확충을 유도하고 있다.

필자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같이 ‘시민과 함께하는 울산’도 시민의 문화권과 문화력 향상을 위해, 제안되고 있는 ‘울산시민문화의집’ 조성에 보다 높은 관심과 추진을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필자는 시민들의 문화 표현과 활동을 위한 시민문화자치공간의 조성의 뉴-노멀이 현재 생활문화센터처럼 ‘구’단위에 한 개씩이 아니라, 생활SOC(국토부)에서 제안하는 지역최적수준, 즉 ‘걸어서 10분 거리’(기초형), ‘자동차로 10분 거리’(거점형)로 보다 촘촘하게 짜여 지길 바란다.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울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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