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기상청이 지난 2011년 발간한 <장마백서>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10년까지 32년간의 장마를 분석한 결과 연강수량의 50~60%를 차지하는 여름철 강수량 중 400~650㎜ 정도가 장마기간에 내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 강수량의 약 30% 정도로 7월에 집중됐다. 장맛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수임이 틀림없었다. 때문에 10년 전만해도 학자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도 건기와 우기로 나눠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장마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장마철 평년 강수량은 중부지방은 366.4㎜, 남부지방은 348.6㎜, 제주도는 398.6㎜로 전국 평균 356.1㎜이다. 장마철 비의 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오히려 장마가 끝나고 난 8월 집중호우가 더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폭염 일수가 증가하고, 폭염에 따른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성 집중호우가 늘어나면서 마치 동남아 등지와 같은 스콜(squal)성 강수가 나타나고 있다. 스콜은 열대지방의 대표적인 기후 현상으로 강한 바람이나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매일 오후 내린다.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장마’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과거에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을 중심으로 폭넓게 형성된 층상형 에코(넓은 지역에서 보통강도의 강수현상을 보임) 강수형태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렸다면, 최근 장맛비는 대류형 에코로 층상형 에코보다 비구름 범위가 좁고, 강도는 높다. 뇌전, 집중호우 및 우박을 동반하는 성향도 강해졌다. 장마전선을 중심으로 좁고 강하게 형성된 비구름이 특정지역에 많은 강우를 쏟아 붓고 있다.

‘이우삼열(二雨三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하루 또는 짧은 시간 왕창 비가 내린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쏟아져 이틀은 비가 오고, 삼일은 폭염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온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 양이 늘어나면서, 장마전선을 중심으로 유입된 수증기로 인해 좁은 띠의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규슈와 중국 남부지방으로 폭우의 기록을 다시 쓴 막강한 장마전선이 오늘부터 다시 우리나라로 북상한다. 다음 주까지 전국에 장맛비가 오락가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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