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의 거리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아트프로젝트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원도심 어디서나 작품 감상
현대미술 거부감도 줄어들어
울산 청년 작가들에게도 기회
코로나에 다수 행사 취소에도
방역지침 지키며 마무리 잘해
지역상권과 협업 가능성 보여
동일장소 개최에 신선함 부족
팸플릿 보완 필요성 지적도

‘2020 아트프로젝트 울산’이 12일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울산시와 울산 중구의 후원으로 경상일보사가 6년째 이어 온 이 전시는 울산 중구 원도심에서 펼치는 ‘문화의거리 현대미술제’다. 울산지역 작가는 물론 울산에서 잘 만나지 못하는 타 시도 현대미술 작가들을 초대 해 색다른 기법과 다채로운 시도의 미술작품을 시민들이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에서 보고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이 한해 수십여 명씩 참가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울산지역 유일의 거리미술제로 차근차근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전시는 준비단계부터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때문에 해마다 4월 전후 개최하던 전시 일정이 미뤄졌고, 한때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종래는 팍팍한 도시문화를 되살리자며 안전을 최선으로 한 기획과 구성으로 조심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 문화의거리 내 아트스페이스 그루를 찾은 관람객이 서혜민 작가와 알렉산드르 에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올해는 6개국 35명의 작가(팀)들이 참여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 전시기간 국내로 입국해야 하는 외국인 작가는 배제됐다. 다만, 이전부터 국내 레지던스공간의 입주작가로, 혹은 대학에서 강의와 창작을 병행하는 미술작가들이 합류했고, 울산 출신으로 새롭게 가능성을 인정받는 청년작가들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로 인해 올해는 울산 밖의 현대미술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데 그치지않고, 울산을 기점으로 이제 막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청년작가들을 국내외 미술 관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12일 현장에서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시일정 마지막 날인데다 일요일이 겹쳐서인지 예상 보다 많은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 문화의거리 아트프로젝트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이상한 작가의 ‘풍경의 기억’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아트프르젝트 울산에서 가장 인기를 끈 작품인 오원영 작가의 ‘스텔라 베어’.

거리에 세워진 작품 중 가장 인기를 끈 작 품은 오원영 작가의 ‘스텔라 베어’였다. 바람을 불어넣은 에드벌룬 작품이다. 화이트톤의 환한 색상이 멀리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냈지만 그 보다는 ‘꽃다발을 든 백곰의 탈’을 쓴 ‘어린이’를 형상화 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 듯 했다.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우리 삶을 표현하려 한 작가의 의도도 좋았지만, 작가의 의중과 상관없이 아트프로젝트 방문을 기념하는 인증샷 배경으로도 훌륭했다. 거의 모든 가족단위 관람객은 이 포인트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원도심 나들이를 추억하는 사진을 남겼다.

우산을 쓴 채 거리에 세워진 작품을 한점 한점 관람하던 시민은 “문화의거리가 이제야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 아트프로젝트울산은 애써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진행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다행히 잘 관람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람객 이진강씨는 “사람들 접근성이 좋은 중구 원도심에서 편하게 회화부터 설치미술까지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팸플릿이 조금 더 보완 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조금만 더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예지씨는 “도심 곳곳에 흩어진 전시장을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더불어 원도심 곳곳을 둘러보는 기회도 얻었다”고 했다.

문화의거리에 상인회원 강경민씨는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전시를 해마다 접하다보니 이제는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다만 해마다 같은 장소, 비슷한 포맷을 관람하다보니 편한 만큼 신선하다는 생각은 줄어든다. 내년에는 시립미술관도 개관하는만큼 좀더 새로운 시도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람객 못지않게 참여작가들도 아트프로젝트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들려줬다.

김아해 작가는 “우선 지역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울산 시민들이 성남동에서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다만 “홍보가 좀 더 되면 좋겠고 도슨트나 투어프로그램이 있으면 좀더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것 같다. 다음에는 지역 상권과 콜라보 작업을 시도하고 싶다. 전시기간에만 구할 수 있는 굿즈(상품)와 지역상권 한정메뉴를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현희 2020아트프로젝트울산 큐레이터는 “많은 문화행사들이 취소됐지만, 아트프로젝트만은 특별히 진행됐다. 그래선지 모든 작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전시기획 만큼 신경썼던 부분이 ‘방역작업’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단면을 문화현장에서 제대로 실감했다. 무엇보다 모든 방역지침을 잘 따라 준 시민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관람예절로 올해 전시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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