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응은 항상 규제보다 앞서
문제 해결 없이 규제만 쌓기보단
한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이 필요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급기야 부동산정책이 몇 번 발표됐는지 그 횟수를 둘러싼 논쟁까지 벌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정책의 횟수가 아니라, 그동안의 정책이 잘 작동해 문제가 해결됐느냐 여부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 집값은 계속 상승하고 집 없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를 거듭할까?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규제 위주인 점을 들 수 있다. 정부규제는 본질적으로 그 속성상 누적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시장에 개입하면 예측된 또는 예측되지 않은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또 시장의 대응은 항상 정부규제를 앞서 간다. 이를 해소하고 당초의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부규제가 불가피하다. 결국 규제는 규제를 낳고 계속 규제가 쌓여 규제가 누적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규제의 피라미드(regulation pyramid)라고 부른다. 우리 정부의 부동산 규제들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정부가 처음으로 시행한 규제는 주택대출 제한,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이었다. 주로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줄여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는 규제수단이다. 그런데 이는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러자 다시 투기지역 지정, 금융규제 및 부동산 세제 강화 등을 추가했다. 그래도 가격이 잡히지 않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민간 공급 아파트의 가격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가 공급되므로 당첨만 되면 ‘로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분양 이후 프리미엄을 억제하기 위해 전매제한 규제, 거주요건 강화 규제 등이 또 추가된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규제의 풍선효과로 규제가 없는 주변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투기지역 지정을 확대한다. 여기에 양도세, 종부세 중과 등 세금을 올리는 규제가 계속 추가된다.

이쯤 되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간 곳 없고 그냥 규제를 위한 규제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런대로 규제가 먹혀 집값이 안정되면 좋겠으나, 규제가 증가할수록 시장은 더욱 왜곡되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실효성 없는 규제만 쌓여 간다.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은 전형적인 규제의 피라미드이다. 정부는 아직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규제 위주의 후속 대책은 규제의 피라미드에 무겁고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더 얹어 부동산 시장을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경제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바로 개입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이 바로 규제이다. 규제는 시장개입을 의미하고 시장개입은 또 다른 왜곡을 초래하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책은 대부분 부동산 수요를 줄이려는 것이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잠재적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대출 축소, 전매 제한, 징벌적 과세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나은 주거를 마련하겠다는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인위적으로 줄이기가 어렵다. 특히 재정확대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기에 정부규제로 수요를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 위주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급 확대로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규제가 시장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규제 위주의 정책은 또 다른 규제를 불러 올 뿐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후대에 관광수입이라도 안겨 주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부동산 규제 피라미드는 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피라미드는 빨리 허물어야 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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