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인 현금 비축
역대 최대규모 발행에도
시중 유통량 지속 감소
은행서도 구하기 어려워
1인당 지급액 제한두기도

#울산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100만원을 인출하면서 5만원권을 선택했다. 그러나 ATM 내 5만원권이 부족해 60만원은 5만원권으로, 나머지는 1만원권으로 받았다.

#직장인 B씨는 현금 500만원을 인출하기 위해 울산 남구의 한 은행을 찾았다. A씨는 은행측에 전액 5만원권으로 인출을 요청했으나, 창구 담당직원은 1인당 5만원권 지급이 1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는 설명과 함께 5만원권 100만원과 나머지 400만원은 1만원권으로 지급했다. A씨는 “요새 5만원권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은행도 5만원권이 부족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초저금리 기조와 더불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현금 비축이 증가, 시중에서 5만원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서고 있으나 은행권에서조차 5만원권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행의 지난 5월말 기준 5만원권 화폐의 발행 잔액은 11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5조4000억원)대비 8조5000억원(8.06%) 늘었다. 이는 지난 2009년 6월 5만원권 첫 발행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화폐 발행잔액은 한은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에서 한은 금고로 환수된 돈을 뺀 수치로 시중에 남아있는 5만원권의 금액이다.

그러나 정세 불안과 코로나 여파 등으로 현금 보유 성향이 강해지면서 5만원권의 유통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울산의 한 시중은행의 경우 평소 유보금 중 1억원 가량은 5만원권으로 확보하고 있었지만, 최근 5만원권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현재 3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비적 목적으로 5만원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5만원권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기침체 우려 속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자산가 등을 중심으로 안전자산 성격의 현금을 비축하려는 성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과 지점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난 5월부터 은행권에서는 1인당 5만원 지급액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처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 가격 또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27% 오른 6만990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3월 KRX 금시장 개설 이후 최고가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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