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수일 울산시의원

‘여루여루 들건산 무룡산신을 울리자 / 여루여루 용소에 용왕님을 울리자 은하수를 당기고 천지수를 당기자 / (중략) 진산의 산신님 무룡산의 산신님 / 이어주소 이어주소 새미물로 이어주소’ <물당기기 노래 中>위 노래는 울산 북구 달골(달곡)마을에서 깨끗한 식수를 얻기 위해 행해지던 울산의 전통민속놀이 ‘물당기기놀이’ 노래의 일부이다. 정월대보름 해 뜰 무렵, 무룡산 줄기에 위치한 달골마을 사람들은 동제(洞祭)가 끝나면 마을 위쪽 계곡인 복해용소에 올라 물병에 물을 담아 물당기기 노래를 부르며 내려와 마을 공동우물에 물병의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다. 이러한 물당기기놀이는 생활용수가 부족했던 달골마을에서 깨끗한 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쏟아져 마을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놀이였다.

물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우리 몸의 70%를 구성하는 물은 생존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다. 물을 마시지 않고는 일주일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인류 4대 문명 모두 강을 배경으로 발생했을 만큼 물은 문명 발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강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물에 대한 인류의 바람은 수돗물이라는 가장 뛰어난 보건 발명품을 만들었다. 최초의 수돗물은 기원전 312년 로마의 재무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수원지에서 수도를 통해 물을 가져오는 방법을 설계·제작했는데, 자신의 이름을 따 아피아 수도라고 불렀다. 하지만 당시 수돗물은 수원지의 물을 끌어다 쓰는 수준에 그쳤다. 정수처리를 갖춘 현대식 수돗물은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나왔다. 산업혁명은 하천을 오염시켰다. 이는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을 창궐시켰다. 이에 영국은 1804년 물을 모래층에 투과시켜 최초의 정수처리를 거친 수돗물을 생산했다. 이후 염소소독법이 추가돼 위생적인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술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영국인이 설립한 대한수도회사가 1908년 서울의 뚝도정수장을 준공하면서 수돗물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상수도 시설을 확충하여 2018년 상수도 보급률이 97%에 달했다. 또한 UN에서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UN수자원개발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는 122개국 중 8위를 차지하는 등 질적으로도 수돗물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수돗물 음용률은 5% 안팎(영국 70%, 미국 56%, 일본 52%)이며 특히 울산의 경우 3.1%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지 않는 이유는 2019년 인천 붉은 물 사건과 최근 인천, 서울 등에서 발생 중인 녹물, 이물질 등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실제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노후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성과 정책 방안’에 따르면 울산의 상수도 송수관 중 30년을 초과한 경연관(내구연한이 지난 관)의 비율은 9.5%이고 21년이 넘는 노후관은 46.1%를 차지하고 있다. 낡은 수도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은 기우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노후관 대책으로는 새로운 관으로 교체하는 방안과 기존의 관을 갱생하는 공법이 있다. 이 중 눈여겨 볼만한 것은 가성비 높은 이온수처리기를 활용한 ‘배관갱생 공법’이다. 오래된 관에 물리적 이온수처리기를 설치하여 녹과 스케일 생성을 방지하고, 이미 생성된 녹을 마그네타이트와 철로 갱생시켜 수질 개선효과와 함께 배관 내구성도 높인다. 이처럼 갱생 공법은 예산 절약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친환경 공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는 올해 여름이 역대 가장 무더운 해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에 물 사용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 시민들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에 대한 바람도 커질 것이다.

울산은 전국 유일의 물당기기놀이 발원지였으며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바꾼 저력이 있는 도시이다. 울산 그린 뉴딜의 시작을 인간 생명의 원천인 물 관리에서 시작하여 집집마다 믿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되는 가가청수(家家淸水) 울산이 되길 희망한다. 안수일 울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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