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 배중기 서울산보람병원 내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3~8일 잠복기 거쳐 설사·복통 호소
사람 간 전파…감염 환자 격리 치료
탈수 교정 대증치료로 10일 내 회복
위생 준수·음식 반드시 익혀 먹기
용혈성 요독 증후군, 신장기능 저하
별칭 ‘햄버거병’ 1급 법정 전염병
환자 절반 투석 필요…사망률 2~7%

지난 6월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한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한꺼번에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판정을 받았다. 이중 다수의 원생들이 이 질환의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투석까지 받게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배중기 서울산보람병원 내과 전문의와 함께 일명 ‘햄버거 병’이라고 불리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과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증상과 원인, 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제대로 익히지 않은 ‘쇠고기’ 주의

대장균은 사람의 대장 내에 서식하는 균으로 일반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 그러나 아형에 따라 인체에 해악을 끼치기도 한다. 그 중 O157:H7이라는 항원형을 가진 대장균이 장출혈성 대장균의 대표 아형이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출혈성 장염을 일으키는 2급 법정감염병이다. 발열, 구토, 경련성 복통 등 장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통은 5~7일 동안 증상이 지속되다가 저절로 낫는다.

배중기 서울산보람병원 내과 전문의는 “오염된 식품, 특히 가공된 쇠고기(햄버거)나 제대로 익히지 않은 쇠고기, 살균되지 않은 우유에 의해 감염이 일어난다.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감염이 이뤄지거나 식수 등을 통한 수인성 감염도 일어난다. 대부분의 발생은 소고기로 가공된 음식물에 의하며, 집단 발생은 조리가 충분치 않은 햄버거 섭취로 발생하는 예가 많다. 소 이외에도 양, 염소, 돼지, 닭 등의 육류 및 물이나 멸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우유, 오염된 야채류 등에 의해서도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증 ‘용혈성 요독 증후군’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5~7일 동안 증상을 보이다가 저절로 회복되는 질병이지만, 드물게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이라는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배 전문의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독소가 몸에 퍼져서 혈액 안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바람에 콩팥(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혈뇨, 혈변 등을 보게 된다. 심하면 급성신부전증이 나타나고 혼수, 마비 증상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 중 절반정도가 투석이 필요하고, 사망률이 2~7% 달하는 중증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린다. 1980년대 미국의 한 가게에서 덜 익은 쇠고기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집단 발병하면서 비로소 알려진 질환이다.

이후 해외에서는 다수의 집단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0년 1급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된 이후 연간 50명 내외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5세 미만이며, 6~8월에 많이 발생한다.

2016년에는 햄버거를 먹은 뒤에 용혈성 요독 증후군 진단을 받고 신장 기능의 90%를 잃은 4살 아이의 부모와 ‘정치하는 엄마들’이 한국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소송을 낸 일도 있었다

◇감염병 기본 위생 수칙 철저히 지켜야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3~8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열을 동반하지 않는 급성 혈성 설사와 심한 복통을 호소한다.

배 전문의는 “설사는 혈액이 나오지 않는 경증에서부터 다량의 혈액이 나오는 상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합병증으로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 신장 기능 부전, 중추신경계 증상을 포함하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보통 특별한 치료 없이도 10일 이내에 회복된다. 사람 간의 전파가 가능한 만큼 감염된 환자는 격리 치료가 필요하다.

배 전문의는 “설사는 탈수를 교정해주는 대증 치료만 해주면 보통 10일 이내에 회복되나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진행되면 투석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인성 감염병의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켜주면 된다.

끝으로 배 전문의는 “식사 전후 및 화장실 이용 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보균동물 및 감염자와 접촉 시 위생을 깨끗이 해야 한다. 물은 끓여 마시고 채소나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이 좋으며,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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