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27일 열린 ‘2020영남미래포럼’에서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를 구축해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울산을 비롯해 부산, 대구, 경남, 경북 등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5년 만에 모인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다른 시도지사들로부터 얼마나 공감대가 형성이 됐는지, 구체적인 실행의지를 나타냈는지 아직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메가시티 구축이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은 차치하고 서울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영남권만이라도 경제와 교통, 문화 등에 있어 하나의 권역을 만들어 수도권에 버금가는 메가시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영남권 5개 도시를 합치면 인구 1300만명이다. 경기도(1300만명) 인구와 맞먹는다. 서울 인구 970만여명과 인천 인구 290만여명을 합친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새로운 도시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분명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도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나온지도 십수년이다. 한때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악을 썼으나 기득권 세력들의 수도권 중심적 사고를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서울과 인천 경기를 제외한 지역은 전부 ‘지방’으로 통칭된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계,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별 거부감 없이 수도권과 지방 두개의 단위로 나누어 행정력을 조정한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1000대 기업의 70%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공공기관, 금융, 의료의 수도권 집중화도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 폭등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부동산 문제는 수도권 과밀 부작용의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사회문제가 끊임없이 터져나올 것이란 유추는 어렵지 않다. 영남권특별자치단체는 행정수도 이전 보다 훨씬 수월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관심을 가질 일이다.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는 체계를 잘 잡아야 한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허울만 갖고 있을 뿐이다. 울산도 110만의 작은 도시로는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어느 한 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려 해서는 메가시티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5개 광역시가 각각의 특징에 맞게 경제와 문화를 강화하는 상생의 태도가 중요하다. 교통체계를 개선해 접근성을 높이면 하나의 도시처럼 수도권에 상응하는 영남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5개의 중심도시를 개성 있는 도시들이 감싸고 있는 멋진 메가시티를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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