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가 다시 물에 잠겼다. 지난주 내린 400㎜에 이르는 폭우는 대곡댐과 사연댐이 감당할 수 없다. 사연댐의 수위를 52m 정도로 조절해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바위면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놓았지만 워낙 많은 비가 내려 대책이 없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기준 사연댐의 수위는 57.11m를 기록했다.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으면 암각화는 물에 잠긴다. 앞으로 15일 동안 비가 오지 않으면 암각화는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추정된다.

암각화 바위벽면은 물에 잠겼다가 햇볕에 나오게 되면 풍화작용이 가속된다. 암석의 수축과 팽창 작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물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유속에 의해 바위벽면이 탈각할 수도 있다. 물속의 이산화탄소가 암석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물이 빠진 뒤 바위 벽면에 달라붙은 오물도 문제가 된다. 지난 주말엔 암각화 주위로 페트병과 스티로폼 등이 둥둥 떠다니고 나뭇잎과 수초가 바위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인류의 유산으로 꼽히는 암각화 보존에서 사연댐 수위 조절이 가장 절실하게 대두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밝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는 ‘낙동강통합물관리’가 들어가지 않았다.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로 나누어진 한국판뉴딜 종합계획에서 그린뉴딜 부문에 낙동강통합물관리가 들어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낙동강통합물관리는 몽리구역을 낙동강권역을 넓혀 하나로 통합관리하는 방안이다. 지자체들이 제각각 식수원을 개발함으로써 몽리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지고 식수를 둘러싼 지자체간에는 배타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물관리를 통합하게 되면 식수원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의 문제 해결이 쉬워지고 그에 따라 울산도 사연댐을 포기하는 대신 운문댐물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낙동강통합물관리를 그린뉴딜에 넣지 않음으로써 공은 다시 지자체와 정치권으로 되돌아왔다. 울산·부산·대구·경남·경북 5개 시도지사 모임인 영남미래발전협의회는 지난 27일 부산모임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를 공통과제로 채택했다. 다음달 5일 창원회동에서는 환경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물관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28일 울산을 방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낙동강 물 문제를 한국판 그린 뉴딜 사업에 포함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며 “정부 실무협의 단계에서 뉴딜 사업에 포함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론의 가능성이 생겼다. 5개 시도지사와 당정이 힘을 합쳐 낙동강통합물관리를 반드시 그린뉴딜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이나 깨끗한 식수 확보는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