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립과학관 유치에 실패했다. 광양·원주와 3파전을 펼친 끝에 지역균형발전 부문에서 유리했던 원주시에 돌아갔다. 울산은 인근 부산에, 광양은 인근 광주에 국립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생명의료를 콘텐츠로 내세운 원주전문과학관은 강원권에 처음 설립되는 국립과학관이다.

울산은 국립과학관 유치를 전제로 울산대공원~테크노산업단지 일대를 과학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1일 밝혔다. 울산시의 계획대로라면 과학공원은 국립과학관 외에도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 현대차모빌리티기업관, 과학자의 길, AI자율주행체험코스 등으로 구성된다. 에너지와 게놈을 콘텐츠로 잡았던 국립과학관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공원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국립과학관에 실렸던 무게추를 현대차모빌리티기업관으로 옮겨서 예정대로 과학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학도시가 산업도시 울산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시대 자동차산업은 곧 과학산업이다. ‘산업도시 울산’을 이끌었던 자동차는 ‘과학도시 울산’의 중심이 돼야 한다.

현대차모빌리티기업관은 현대자동차 노조가 사측에 제안하는 사업이다. 임단협 교섭을 앞둔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울산시는 국립과학관 유치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 과학공원 계획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노조가 밝힌 현대차모빌리티기업관은 자동차 등을 전시할 박물관을 비롯해 자동차 조립실, 정비센터, 부품개발연구소, 판매영업점 등이 포함된 자동차복합미래비전센터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국립과학관 보다 훨씬 더 울산의 정체성이 반영된 핵심 시설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과학공원이 조성되면 추후 국립과학관 유치에 훨씬 유리해질 수도 있다. 과기부는 2023년까지 전국에 총 5개의 전문과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2, 3차 공모가 예정돼 있다는 말이다. 1차 공모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과학공원을 포기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사와 울산시가 뜻을 모아 대규모 자동차복합미래비전센터를 건립해서 기존의 울산과학관, 테크노산업단지, 수소규제자유특구, 게놈규제자유특구, 3D프린팅융합기술센터 등을 연계하면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 국립과학관이나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이 없더라도 충분히 신산업의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과학공원이 될 수 있다. 사실,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국비 774억원을 확보하기도 어렵거니와 콘텐츠 구성도 결코 만만찮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이 되기도 어렵다. 자동차복합미래비전센터를 중심으로 과학공원 추진을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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