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독점 땐 피해자 발생 우려
공공의 이익 위해 독점-이용 조화 필요
‘태양도 특허내나’ 묻던 소크 기억할 때

▲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의학자 조너스 소크 교수(1914~1995)는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백신의 특허권은 누구에게 있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특허는 없습니다. 당신이라면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로나 백신이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어디어디가 개발에 성공했다느니 어느 단계에 진입했다느니 연일 뉴스가 나오고 주식이 요동치는 것이 요즘이다. 많은 이들에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백신의 특허를 어느 한 개발사나 국가가 독점하면 개발도상국과 같이 이를 구입할 여력이 없는 나라의 국민들은 운명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이다.

1980년 6월1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최초의 생명에 대한 특허를 인정한 그 날 주임 대법관인 워렌 버거가 최종 판결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것 중에 특허받지 못하는 것은 없다” 소위 다이아몬드 대 챠크라바티 사건이다. 그 이전에는 생명은 순수히 신의 영역이라 여겼기에 이를 특허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이후 특허는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최근에는 동물특허까지도 허용되고 있다.

백신, 물론 특허의 대상이다. 백신 발명은 다국적 기업이 보유하는 의약발명의 중요한 한 분야이다. 치료방법과 같은 것은 원칙적으로 특허의 대상이 되지 못하나 의약품 발명은 산업상 이용 가능성을 인정해 특허를 허여(許與)한다. 그러나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기도 해 의약발명의 무한정 독점은 폐해를 낳을 수 있으므로 일정한 제한이 가해진다. 어떻게 수많은 비용과 노력, 인력을 투여하여 완성한 의약발명에다 특허권의 원칙을 비집고 당당히 제한을 요구할 것인가? 특허의 독점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거대한 이슈 앞에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양보를 할 수는 없을까?

특허의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는 비책 중 하나로 그리고 앞서 말한 양보의 발현으로 특허법은 강제실시권제도를 두고 있다. 강제실시권이란 특허권자의 의사에 불구하고 특허청장의 결정 등에 의해 타인의 실시를 허용토록 하는 실시권이다. 국가 비상상태 등에 의한 통상실시권, 재정에 의한 통상실시권, 통상실시권허락심판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있다. 이 중에서 국가 비상상태 등에 의한 통상실시권과 재정에 의한 통상실시권이 의약품특허와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발생은 국가 비상상태가 되어 강제실시가 필요한 경우이고, 또한 특허 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할 때라면 역시 강제실시가 요구된다.

특허법의 목적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특허법 제1조). 즉 발명의 보호와 발명의 이용 간의 조절이 그 핵심이다.

최근 지식재산권 침해경고를 받은 의뢰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결국 지식재산권 제도라는 것도 양측의 이익을 어떻게 조화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소위 족보라고 하는 것이 있다. 가문의 족보가 아니고 시험을 위한 비법노트를 일컫는 족보. 이제는 없으리라 믿는다. 족보를 이용해 본 기억도 없고 학교를 졸업한지도 오래됐지만 대학시절의 이런 상황을 애써 떠올려 보기로 한다. 이 족보라는 것을 독점하면 혼자만 소위 ‘에이뿔’을 받을 것인데, 친구 사이는 나빠질 게 뻔하다. 이걸 나눠가지면 어찌 될까? 아마 나눠가지면 그 때부터 족보가 아니라 자료가 될 것이다. 결국 친구 사이는 화기애애해지겠지만 장학금은 손 끝에서 멀어진다. 특허의 독점과 이용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것 중에 모든 것이 특허의 대상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태양아래 사는 것에는 인간이라는 존재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독점과 이용의 조화 그것만이 정답이다. 글을 쓰고 보니 태양과 백신특허는 여러모로 관련이 많아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형상은 태양을 닮았다. 또 하나의 태양 앞에 겸손해지는 한편 그 태양에 지지않기 위해 온 인류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