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누군가 주변 사람을 돕고 산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들리면 괜스레 즐겁다. 때때로 곤경에 빠진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선행을 베푼 소식을 접하면 온몸에 온기가 퍼진다. 바로 이타심(利他心)이다. 세상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그러기에 오히려 이타적인 마음으로 타인을 도우려 노력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만큼 경쟁 상대가 드물어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미래 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타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인정을 베푸는 일은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에. 선행하면 운도 덩달아 따라온다. 남에게 베풀면 그 공은 반드시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상이 도래했다. 자그마한 바이러스 하나가 지구 전체를 옥죄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비대면(언택트)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아울러 대전환의 시대에 어떤 경제 원리를 세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극복과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적 대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 추진 전략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강조한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이를 다시 사람에 대한 투자와 사회안전망 강화로 뒷받침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울산도 야심차게 울산형 뉴딜 정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5년 동안 160조원을 투자해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에서 미래형 산업을 선도할 프로젝트인 디지털 뉴딜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으로 내세운 것이 그린 뉴딜이다.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에너지 혁신을 이끌 프로젝트다.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저탄소 친환경 녹색경제로 전환해 혁신생태계를 구축한다. 수소경제도 같은 맥락이다.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친환경 차량이나 선박을 확대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들을 그린 뉴딜에 담은 이유다.

울산형 뉴딜 정책에 울산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회에 울산은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도시로 내달려야 한다. 대한민국 심장인 울산에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확산 전략은 어깨동무 삼아 함께해야 한다. 이참에 더욱 안전한 울산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필자의 평생 꿈인 노후 지하배관의 지속적 안전진단, 고속도로와 같은 통합 파이프랙 구축, 통합안전관리센터 사업이 여물어 가고 있다. 녹색 전환의 경제적 주체는 새로운 녹색산업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산업의 녹색화가 더 관건이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의 고도화가 중요하단 얘기다. 석유화학산업과 자동차산업이 한 곳에 집적화되어 있는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울산만의 강점이다. 이 둘을 잘 엮어 만든 뉴딜 정책이 바로 수소산업이다.

나 자신을 잘 챙기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고 상대방을 챙겨 주려면 자신에게 손해가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이기심과 이타심은 서로 배타적이라고 여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기적으로 행동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이기적인 행동은 상호 불신을 낳게 되고 협동을 어렵게 한다. 그러면 두 사람이 협력해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없으므로 좋은 기회를 놓쳐 결국 두 사람 모두 손해를 본다. 그래서 이타심은 다른 이름의 이기심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동하면 결국 이롭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구는 하나의 사회공동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위기와 환경위기에 대응해 탈(脫)탄소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경제 전략이 뉴딜 정책이라면, 울산은 물론 전 지구인이 새롭게 가져야 할 마음자세는 바로 이타심이다. 이제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이타심이 나라 곳곳으로 번지면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사회공동체로 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아실현을 위해서라도 남에게 베푼다면 정말 훈훈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