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기후변화·경기침체로 사회 혼란
이번 위기를 위험에 대처하는 시험무대 삼고
사회 전반에 시스템 안전 프로그램 도입해야

▲ 박현철 울산대 교수 산업안전(SHEQ) 전공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태풍 등 자연재난이 중첩된 위기시대에 살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 하루 아침에 뉴노멀이 되는 위험 속에서도 기업은 지속가능성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98년 IMF사태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우리나라가 곧 망하는구나 하며 절망했지만,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경제를 V자형으로 반등시킴으로써 기업은 강해지고 경제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또한 중세 흑사병, 1918년 스페인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등의 감염병이 세계를 큰 혼란에 빠트렸으나 결국 통제돼 이전의 정상적 생활로 되돌아갔다.

코로나19도 단기적으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지만 살아남는다면 순풍이 될 것이다. 이번 위기는 기후변화, 만성적인 저성장, 경기 침체 등으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위험에 대처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의 역량과 회복 탄력성, 그리고 미래 지속 가능성은 이번 시험무대에서 판가름될 가능성이 높다.

근래 산업, 시설 등이 점점 고도화·대형화되고 위험요인이 복잡화됨에 따라 개인 능력에 의한 위험관리는 불가능해지고 있다. 시스템안전이란 기능·시간·비용 등의 제약조건 하에 제품, 설비 등 시스템의 수명주기에 위험요인을 조직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해 사고를 예방하는 기법을 말한다.

시스템안전 프로그램은 시스템안전을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계획으로, 공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안전제어시스템과 경영학적인 이론을 적용하는 안전경영시스템을 사용한다. 여기서 안전이라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의해 확장된 의미로, 기존 안전뿐만 아니라 보건, 환경, 에너지, 품질, 투자 등 사회의 위험요인을 총칭한다. 시스템안전 프로그램은 1960년대에 미국 국방성이 미사일 개발에 활용해 그 효과가 입증됐고, 최근에는 항공기, 인공위성, 원자력발전소, 화학장치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보급되고 있는 안전관리활동이다.

대부분 사고로 피를 흘린 후에 제정되는 법규와 기준을 지키는 것으로 우리의 안전이 100% 확보될 수는 없다. 연구개발, 첨단부문 등에는 더욱 그렇다. 사고예방활동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예방조치의 선후가 조정돼야 한다. 여러 요소들의 집합체를 시스템이라고 할 때, 시스템의 안전측면에서의 융통성 또는 가능성은 시스템 개발과정이 진행돼 감에 따라 점차 감소돼 간다. 그러므로 시스템 개발 초기단계부터 안전을 고려하는 시스템안전 프로그램을 적용해 다음과 같이 진행해야 한다.

첫째 시스템안전 수행 조직, 절차, 제품 등을 계획한다. 둘째 사고기록, 워크숍 등을 통해 위험요인 리스트를 작성한다. 셋째 시스템 전 주기 단계별 나타나는 위험요인들에 대해 예비위험분석(PHA)을 한다. 넷째 하부시스템에 대해 위험분석(SSHA)을 한다. 다섯째 하부시스템에 대한 위험분석 결과 등을 통합분석(SHA)한다. 여섯째 시스템의 사용자와 절차들에 대해 위험분석(OHA) 후 안전을 확보한다.

안전 확보는 위험요인의 제거, 저감, 안전장치 설치, 경보장치 채택, 위험표지 등 순으로 하되, 확보단계마다 위험성평가를 실시해 적합하면 중단하고, 부적합한 경우 계속 하부로 진행한다. 이와 같이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 안팎의 위험들을 파악하고 분석해 허용가능한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발생가능성이 큰 위험상황을 예측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알려진 위험에는 반복된 훈련으로 대응하고,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나타날 때는 회복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19가 우리들에게 안전이 최우선임을 인식하게 하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라고 오랜 기간 시련을 주고 있다.

이제 정부, 지자체도 코로나19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기에 풀어줘야 한다. 그리고 4차산업혁명, 한국판 뉴딜정책 등에 의거해 연구개발, 신사업 등을 시행할 때 생성되는 다양한 위험요인들에 대해 시스템안전 프로그램을 도입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박현철 울산대 교수 산업안전(SHEQ)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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