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곤 울산 온산소방서장

2015년 중동에서 시작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초동대응 미흡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라는 오명을 안은 바 있다. 준비가 부족한 탓이었을 것이다.

5년 뒤 현재,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전 세계 3000만명의 확진자를 발생케 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메르스 사태로 교훈을 얻은 우리나라는 발생 초기부터 선별진료소를 열고 음압병실을 갖췄으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더불어 확진 환자의 신속한 동선 파악을 통해 대유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방역 모범국’이 되었다. 이는 평소 재난에 대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노력의 결과이다.

화재안전도 마찬가지이다. 미리 알고 대비해야만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재난의 유형과 행동 사항들을 무의식중에 습득하고 있지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재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가 주택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발생한 화재(약 42만6000건) 중 주거시설 화재(약 11만1000건)가 26%를 차지했으며, 주거시설 화재로 인한 사망자 1869명 중 83%가 단독주택에서 발생하였다.

주택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 심야 시간대에 발생한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유독가스 흡입으로 사망하거나, 화재를 인지하더라도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아 화재진압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충남 천안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40대 가장과 아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만약 집안에 화재를 감지하는 경보기가 설치되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같은 참변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화재 예방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평소 안전을 생활화하는 자세와 이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다.

작은 실천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일컬어 주택용 소방시설이라고 한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화재 발생 상황을 즉각 알려주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고, 소화기는 초기화재에서 소방차 1대와 맞먹는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새벽, 울산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가 잠든 심야 취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의 작동으로 큰 인명피해 없이 주민 모두가 대피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보다 일찍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춘 선진 국가에서는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들 사례를 통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효과는 충분히 확인되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가구주택 등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설치의 필요성과 지속적인 홍보로 대다수 주택에서는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설치가 이루어 졌으나 아직도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꽤나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로나19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 마스크 착용이라면 주택화재로부터 내 가족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이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백로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곧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고향집마저 마음 놓고 가지 못하는 이 때, 친지와 부모님 댁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하여 더 안전한 가정은 물론 풍성하고 따뜻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윤태곤 울산 온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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