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해지고 있는 집회문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저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행정자치부로부터 "최근 집회시위 동향 및 대책"에 대한 보고를 받고 "국민을 위한 법질서와 국가의 신뢰를 위해서 시위문화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합법적인 시위나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철저히 보장하고 성실하게 대화할 것이라며, 그러나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적해서 책임을 묻고 처벌문제를 협상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울 것을 당부했다.

 또 불법·폭력시위로는 어떤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하면 그 시위의 주체와는 진행중이던 협상도 중단 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상습적으로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선동하는 지도부로부터 일반 시민이나 선량한 구성원들을 구분하고 각 부처는 이 선량한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설득 및 대화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최근 노동단체의 시위때는 화염병이 6년만에 등장하고, 시위대들이 새총으로 쇠로 만든 너트를 진압경찰을 향새 쏘는가 하면, LP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도심의 집회 양상이 시가전이나 다름없는 현실에 폭력시위를 단절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발표한 시위문화 4대 원칙 수위가 상당히 높은 것도 주목된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과격한 시위가 일어나고 그러면 정부가 후퇴하거나 한걸음 양보함으로써 이를 통해 뭔가 하나씩 얻을 수 있다는 기존의 관념들을 없앨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면서 노 대통령의 폭력시위문화 단절에 따른 배경 설명은 귀담아 들어둘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위문화 개선 지침이 말잔치로만 끝나지 않아야 한다.

 노 대통령이 지난 몇 차례 불법 시위와 파업과 관련해 강력한 법집행을 언급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록을 보면 "앞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노사집단과는 타협하지 않겠다" "폭력적인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집회·시위에 대해 예방적 단속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검토하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로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하라"는 등 불법 시위 등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불법 시위 관련자들이 이번에도 말로만 끝나겠지 하는 생각을 불식시켜 줄 필요성과 민주국가에 법이 살아 있다는 모습도 한번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실제로 불법 행위가 있더라도 물밑 접촉으로 해결책을 찾아왔다. 조흥은행원의 불법 파업이나 화물연대의 집단 행동으로 인한 물류마비 때는 공개적으로 지도부와 협상을 벌이면서 그들의 요구를 거의 수용해줬다.

 정부의 이런 모습들이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에도 사실상 큰 영향을 끼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노사분규가 나면 기업들은 정부의 코드에 맞춰 해결책을 찾아야 했으며, 공권력의 머뭇거림 속에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던 기업들은 장기 파업과 불법 파업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시위문화 원칙에 앞서 사전예방 활동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공권력이란 잣대 이전에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불법 시위 등이 벌어지기 전에 서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예방의 한 방법이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시위문화 원칙이 일관성 있게 지켜 질 수 있도록 동일한 원칙 적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jh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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