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사 공공업무로 전환
모든 아이가 사회적 보호 받도록
과도기 혼란 최소화 관심 가져야

▲ 이순영 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교수

어머니 없이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불이 나서 중태에 빠져 있던 ‘인천 초등학생 형’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도와 함께 이 참혹한 상황에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 제3조 7호에 의하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동학대를 ‘아동의 복지나 아동의 잠정적 발달을 위협하는 보다 넓은 범위의 행동’으로 확대하여,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나 방임,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나 환경,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 보호에 이르는 매우 포괄적인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아동학대 전체 신고건수는 총 4만1388건이다. 이 중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3만70건으로 2018년 2만4604건 대비 22.2%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 2~4월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0.5% 감소했다. 교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지난해 2~4월 1283건이었지만 올해는 220건으로 82.9%나 줄어들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신고의무자인 교사가 아동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대폭 줄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수치상의 아동학대 감소와는 달리 숨은 범죄가 더 많은 건 아닌지 염려되는 상황이다.

2020년 아동권리보장원이 발간한 2018년 아동학대현황을 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이루어진 사례판단의 경우, 총 아동학대 의심사례인 3만3532건 중 아동학대 사례는 2만4604건(73.4%)으로 나타났다.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부모 1만8919건(76.9%), 대리양육자 3906건(15.9%), 친인척 1114건(4.5%), 기타 665건(2.7%)이다. 부모에 의해 발생한 사례를 세분하면 친부에 의한 사례가 1만747건(43.7%), 친모는 7337건(29.8%), 계부 480건(2.0%), 계모 297건(1.2%) 순이다. 아동 보호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부모에 의한 학대가 76.6%를 차지한다. 훈육을 명분으로 아동학대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의 학자 엘렌 케이는 ‘20세기는 아동의 세기’가 될 것이라 주장했고, 20세기 동안 아동의 권리는 급격히 발전해 왔다. 그러나 2020년 대한민국에서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과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고 이를 접하게 될 때마다 분노와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2020년 학대아동보호를 위해 새로운 변화가 예고돼 있다.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10월1일부터 아동학대 조사에 대한 업무가 공공업무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조사업무의 공공화 추진에 따라 이전에 아동학대 신고가 있으면 이를 민간 아동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들이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던 것을 10월부터 구·군의 담당 공무원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여 아동학대 조사에 따른 사례판단과 피해아동보호계획 수립 및 통보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계획에 따른 서비스 제공으로 업무가 조정된다. 그동안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던 아동보호전문기관 역할의 상당 부분을 공공에서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울산은 그동안 전국평균을 10% 이상 상회하는 아동학대판단율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아동보호업무를 수행해 왔다. 업무전환에 따른 과도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도 아동학대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인식을 갖고 실천에 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동인구 1000명당 학대로 판단된 피해아동 수를 의미하는 피해아동발견율이 해외가 9.10%인데 비해 한국은 2.98%이다. 학대아동 수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이기를 바라지만 학대임에도 보호받지 못한 아동이 그만큼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한명의 아이도 사회의 보호의 틀 밖에 있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이순영 춘해보건대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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