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과정 공정성 의문 제기에 대상지 선정 논란까지

▲ 울산지역 미술인들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사업’ 심사과정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동구 심사위원 정보노출 의심
중구는 한 팀만 참여했는데
재공모·검토없이 선정팀 확정
북·남구는 대상지 적정성 논란
탈락팀 기자회견 여는 등 불만

울산지역 5개 구군이 동시진행하는 총사업비 20억원 규모의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사업’ 선정팀이 공개(본보 2020년10월5일자)됐다.

하지만 심사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등 5개 구군 대부분에서 다수의 탈락팀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애초에 공모사업 대상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며 사업기간 내(12월까지 작업, 2월까지 정산) 완성 여부와 사업내용의 효율성까지 지적되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역 문예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데다, 구군별 최소 37명씩 200명 내외의 지역작가들이 관여하다보니 선정과 탈락의 기로에서 울고 웃는 작가들이 속출하며서 지역 문예계 전체가 쑥대밭이 되는 형국이다.

불만의 화살이 자연스럽게 이 사업을 주관한 5개 구군 지자체로 향하면서, 향후 어떤 해결방안이 나올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울산시청에서는 총 4개팀이 경쟁했던 동구의 공모 과정이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탈락팀 참여작가들이 심사결과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유석 조각가는 지난달 한창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모 심사위원(동구의원)이 현장을 벗어나 경쟁팀(선정팀) 관계자와 사업내용 관련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다”며 “사전 정보 노출이 의심되며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은숙 울산민미협 회장은 “심사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심의가 끝난 뒤에는 통상적으로 심시위원 명단과 총평을 공개해야하나 어떤 이유에선지 이를 꺼리고 있다. 선정팀과 탈락팀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정보를 반드시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동구와 함께 북구 공모에도 참여했던 윤 회장은 “북구 역시 심사위원 구성과 선정·탈락팀에 대한 심사총평이 비공개로 처리됐다. 지역미술단체를 이끄는 대표로서, 지자체의 정보공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는 ‘심사는 공정했고 결과는 무효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논란이 제기되면서 동구 이외 잠잠한 듯 보이던 중구·북구·남구의 공모사업 마저도 지역작가들의 불평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중구에서는 공모에 참가한 팀이 단 한 팀 뿐이었는데도 재공모 혹은 비교검토 과정없이 일사천리 선정팀이 확정됐다.

중구 문화의거리에서 활동하는 김모 작가 등은 “공고 기간이 너무 짧았다. 좀더 많은 지역작가들이 이 사업을 인지하도록, 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지자체가 좀더 배려하고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4개팀이 경쟁한 북구와 2개팀이 경쟁한 남구는 사업 대상지에 대한 논란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북구는 이번 프로젝트 대상지를 달천철장 유적공원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해당 공간이 울산시 기념물 제40호로 지정된 (매장)문화재 구역인만큼 공공미술과 같은 단체작업이 진행되려면 현상변경 등과 같은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울산시(문화재위원회)와의 협의와 사업안 검토가 완료돼야 하는데, 작가군 섭외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기간 내 문화재와 연관된 공공미술 아이디어 창출과 이를 현장에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남구 역시 사업대상지인 옛 세창냉동창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남구는 5년전부터 이 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100여 억원이 넘올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효용성 의문제기로 현재는 모든 작업이 중단됐고, 민간투자(임대)를 유치하는 시도도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공사장’이나 다름없고 완공 및 개방시기 조차 정해진 바 없는 그 곳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건, 또다른 예산낭비에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3팀이 경쟁했던 울주지역에서는 선정팀 확정 이후 별다른 논란이 제기되지 않는 상황이다.

탈락팀 서모 작가는 “공모과정에서 불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국적 사업인데다 어려운 지역작가를 돕는다는 취지였다. 추후 탈락팀 작가에게도 참여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공모 결과 발표 이후 제기된 불만은 시작 일 뿐이다. 구군별 모든 프로젝트 내용은 일부만 알려졌을 뿐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비공개여서 의혹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작품의 예술성, 공공성, 참여작가 범위, 작품사후관리와 같은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에 대한 5개 구군 지자체의 대처 방안이 무엇인지 지역문예계가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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