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중인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3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천을 방문했다. 국회의원들은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현장시찰’이라는 현수막 뒤로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한 사진을 내놓았다. 국회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 준 것이 고맙기도 하고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없진 않지만, 지난 20여년간 수없이 보아온 풍경이라 이젠 지겹다는 것이 울산시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첫 국정감사를 맞는 국회 문광위원들이나 신임 국무총리와 문화재청장들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반구대 암각화를 포토존 삼아 사진을 찍고는 암각화 보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보존방안은 제자리걸음이고 암각화의 훼손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방문에 따른 예산과 행정력만 반복적으로 낭비했을 뿐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한다. 정부가 낙동강통합물관리라는 해법을 제시한데다, 울산시가 맑은 물 확보 방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사이펀을 설치하자는 안을 내놓을만큼, 사실상 식수해법을 뒤로 돌리는 통큰 양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방문에 함께 했던 이상헌(울산 북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재선의원으로서 암각화 보존문제 해결을 위해 문광위를 자원했다고 밝힐만큼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해결의 가능성이 높은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먼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출발점이나 다름없는 사연댐 수위 조절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해결하고, 그 다음 단계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암각화 보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암각화가 사연댐에 잠기지 않는다고 해도 훼손의 가속도를 조금 늦출 뿐 자연상태에서는 계속적으로 훼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2의 암각화 조성 등 대책 마련과 학술적 자료 축적을 위한 암각화연구기관 설립 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사연댐 수위 조절이 암각화와 관련한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돼서 21대 국회를 온전히 허비해서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울산시는 지난달 22일 ‘반구대 암각화 보존 환경 모니터링 스마트 관리 체계 개발 사업’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합적 보존방안도 아니고, 이제서야 겨우 스마트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암각화는 국보다. 인류의 유산이다. 종합적 보전방안은 울산시가 아니라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가 또한번 21대 국회의원들의 포토존 역할만 하고 말지, 울산시민들이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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