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로 경제활동 크게 줄어들자
맑은하늘과 함께 자연도 점차 회복
코로나 종식후에도 경제회복 과정서
환경적 가치에 대한 관심 높아질듯
발전단가 저렴한 화력발전 대신
친환경 발전으로 전환땐 비용 증가
다음세대에 부담 지우는 재정적자나
정부지출 축소·조세부담 확대 놓고
최선의 방법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코로나19 이후 긍정적인 점을 애써 찾는다면 미세먼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맑은 가을하늘을 보면 지구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바이러스고 코로나가 백신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환경적 가치는 부차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이 경제적 활동을 줄이니 지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을 맑은 가을하늘을 통해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것도 부정하기는 힘들다.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은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제활동이 다시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에서 환경적 가치가 과거보다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줄어들자 산업생산이 줄었고, 산업생산이 줄자 전기가 남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발전회사는 저렴한 화력발전에서 수익을 남기고, 가격이 비싼 친환경 발전에서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익을 남기는 화력발전과 손해를 보는 친환경 발전의 비중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경영에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전기가 남자 다른 발전방식에 비하여 껐다 켜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화력발전소는 발전을 중지했고, 화력발전량을 줄이자 발전회사는 적자를 보게 된 것이다. 한 발전회사의 적자가 8000억을 넘었다는 말을 코로나19가 한참 심각하던 시점에 들었으니, 그 비용을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가을하늘에 대한 경제적 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발전회사는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현재는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가을하늘에 대한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된다.

 

8000억은 충분히 큰 금액이니, 우리나라 한 지역의 미세먼지가 없는 가을하늘을 위한 비용을 8000억이라고 해 보자. 지금은 공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러한 비용을 계속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제활동이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될 때, 그 비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환경적 가치를 선호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8000억이라는 금액은 맑은 하늘과 환경적 가치에 대한 비용으로는 너무 크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것은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하늘을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고, 정부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정부의 비용부담이 본인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환경적 가치를 택할 사람이 과거보다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 금액을 부담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제적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정부가 그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면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부지출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고, 마지막은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많이 거두게 된다면, 아무래도 불만을 가지게 되는 국민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여당은 다음 선거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지출을 줄이지도 않고, 세금을 더 많이 거두지도 않으면서 정부가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면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된다. 재정적자는 미래세대의 부담이니, 다음 선거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여당의 부담감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는 여전히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년 전 오늘 본인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10년 전에 했었던 고민은 지금쯤 사라졌거나, 희미해져서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전에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지 않았다면, 그 빚은 이자까지 붙어서 10년 후인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래세대에 떠넘긴 빚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지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재정적자가 크게 확대된 일본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떠넘긴 빚은 사실 본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08년에서 2018년까지 고령화와 정부재정적자의 확대가 동시에 진행된 일본에서 60대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10%이상 높아졌다. 구체적으로는 60~64세는 57.2%에서 68.8%로, 65~69세는 36.2%에서 46.6%로, 70~74세는 21.8%에서 30.2%로 상승했다. 75세 이상에서의 상승률이 낮은 것은, 인간이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나이가 75세 정도까지여서라고 한다. 다시 말해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각해지고, 당연히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부담도 심각해지고, 더 오래 더 많은 사람이 일해야 되는 것이다. 논리적 비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누리고 살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키우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게 되면 80세까지 일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미세먼지도 싫지만 80세까지 일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단순하고 명쾌한 해답이 있을 리 없다. 각기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의 가치를 배려하며 최선의 방법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진지한 고민 없이 적당히 맑은 하늘을 누리며 70세까지만 일하는 것은 어떠냐는 기계적인 절충안은 맑은 하늘도 누리지 못하면서 80세까지 일만 하게 만들 확률이 높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