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우리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1~2단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이전과 달리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의 생활화를 비롯해 결혼식과 장례식 문화 등이 변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주된 생활변화는 △위기상황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국민 참여의식의 증가 △위험이 지속 된다는 시간적 개념의 이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려는 국민적 경각심의 발현 등 크게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생활변화를 바탕으로 ‘K-방역’이라는 우수 모범사례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이 지진재난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지난 2016년 9월12일에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과 2017년 11월15일에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이제는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인정함과 동시에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코로나19 경험을 통해 우리사회에 전파된 안전생활문화를 기반으로 지진안전문화도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국민 참여의식의 증가로 인해 재난관리에 있어서 넘기 어려운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의식이 점차 줄어들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즉, 전 국민의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노력은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지진안전으로 확대해 보면 매년 실시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비롯하여 지자체, 학교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지진안전 교육과 훈련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위험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인식은 재난 발생 직후 ‘지금만 피하면 돼!’라는 단기적 관점을 지속적 위기관리 문화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라는 장기적 관점으로 전환시켰다. 즉, 비대면 생활문화의 확산과 온라인 사회를 위한 기술의 발전은 지속적 위험에 대처하는 생활방법을 체득하도록 하고 있다. 지진의 경우에도 언제든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지진에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대피요령을 숙지하게 할 것이다. 또 지진피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 지진보험 가입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9개 시설과 장애인을 주제로 시민들이 지진 발생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진행동요령 1·2·3’을 마련해 연구원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해당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려는 국민적 경각심 발현은 ‘위험? 난 몰라도 돼!’라는 무관심 속에서 사전에 이를 줄이려는 예방의식을 증대시킨 것이 사실이다. 즉, 확진자를 확인하고,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있는 시설을 방역하려는 노력 속에서 재난 발생 전에 위험을 줄이려는 예방의식이 점차 일상화되었다. 지진에 안전한 생활공간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해서 현재 행정안전부에서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시설이 지진에 안전한지를 확인해주는 지진안전 시설물 인증제를 작년부터 민간 시설로 확대한 바 있다. 내진성능평가 비용 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인증 등을 통해 내가 생활하는 시설이 지진에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보다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붕괴되는 상황과 감염병 확산으로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같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것과 같이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 모두가 예방 활동에 동참하는 안전생활문화를 이제는 지진안전에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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