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9000호! 되돌아보는 울산

▲ IMF 넘기며 부각된 고용 중요성 반영 (12년 11월29일)

1989년 5월15일 창간한 본보가 지령 9000호를 맞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세 번이 넘는 강산이 변하는 동안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울산은 생태환경 도시로 거듭났지만, 산업수도 울산의 성장을 견인하던 주력 산업은 변화의 고비를 맞는 등 시대상이 크게 달라졌다. 지금은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당시의 울산과 현재의 울산을 비교해 본다.

◇자동차 전당포(41호. 1989년 6월30일자)

‘차 잡고 돈빌려 준다’라는 제목 아래 ‘울산에 3곳 성업, 일반전당포도 가세. 키 검사필증 맏기면 최고 250만원까지’라는 소제목이 붙은 기사다.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속칭 자동차 전당포가 인기를 끄는 바람에 차도둑이 많은 울산에서 자동차 전당포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신용카드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전당포가 사양길에 접어들자, 자동차 폭증에 착안해 비합법적인 자동차 전당포가 등장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자동차 저당법에서는 자동차를 질권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1993년 12월과 1999년 5월 법 조문이 개정되면서 자동차 담보 대출은 합법화됐다.
 

▲ 8년간 재산권 행사 못한 주민 불만 담아 (16년 11월2일)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태화강 물고기 떼죽음(1000호. 1992년 8월15일자)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의 과거와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기사다. 이 기사는 1992년 한 해 동안 무려 5차례나 떼죽음을 당한 태화강 물고기의 사인이 용존산소량 부족 때문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태화강은 인근 생활하수와 상류의 축산폐수, 공장폐수가 흘러들어 생명체가 살기 쉽지 않은 공해도시 울산의 상징이었고, 물고기 집단 폐사는 주요 뉴스에 끼지 못할 정도로 흔한 사건이었다. 이후 울산시와 시민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태화강은 연어와 황어가 돌아오는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고, 태화강 일원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맞았다.

▲ 전 국민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 (02년 6월20일)

◇국교생 금품갈취(2121호. 1995년 12월8일자)

‘국교생 금품갈취 10대들 긴급구속’이라는 기사는 1996년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기 직전인 1995년 기사다. 경찰이 학교 주변을 돌며 국민학생들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김모(17)군과 이모(15)군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긴급구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동구 방어진국민학교 주변에서 하교하던 학생들을 위협한 뒤 호주머니를 뒤져 1만여원을 갈취했는데, 10대 청소년을 긴급구속한 당시 경찰의 강경한 대응을 살펴볼 수 있다.

◇화장실 몰카 첫 영장(3001호. 1999년 3월12일자)

1990년대 개그맨 이경규가 진행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몰래 카메라’라는 단어가 정착된 이후 몰카 범죄로 첫 구속된 사례가 기사화됐다.

이 기사는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들의 은밀한 신체를 훔쳐본 40대 유치원 원장에게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몰카 범죄에 대한 처벌은 1998년 12월28일 법제화됐는데 촬영기기의 발달과 대중화로 몰카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월드컵 기적의 밤 후유증(4002호. 2002년 6월20일자)

전 국민을 열광하게 만든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기사다. ‘기적의 밤 후유증 만만찮네’라는 제목 아래 ‘밤샘 자축에 줄줄이 지각, 열성응원 급성후두염 환자 속출’이라는 소제목이 붙었다. 16강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는 감동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직장인과 학생들이 지각사태를 빚었고, 경기장과 거리 응원전을 통해 성대를 혹사시켜 목이 쉬는 급성후두염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내용이다. 당시 처음 등장했던 거리 응원은 이후 하나의 응원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 사양길 접어든 車 전당포 폭증 지적 (89년 6월30일)

◇대우버스 직장폐쇄(5007호. 2005년 10월1일자)

울산 이전이 확정돼 있던 대우버스가 이전 백지화 등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분규 때문에 직장 폐쇄라는 극한 사태를 맞았다는 기사다. 대우버스 노사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2005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28차례의 협상을 벌였지만 공장 이전 문제로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며 난항을 겪다 2006년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이후 14년 만에 대우버스는 경영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직원 356명을 해고하며 울산과의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환경신문고 단골은 자동차 매연(6018호. 2009년 1월29일자)

2008년 한 해 동안 울산 환경신문고의 환경불편 신고 8051건 중 40%가 자동차 매연으로 발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울산시는 환경신문고 활성화를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신고자에게는 사안에 따라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주거나 최대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노후 디젤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 수소차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등 차량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현대차 사무직 178명 생산직 전환(7005호. 2012년 11월29일자)

현대자동차 사무직원들이 생산직 근무를 자처해 직렬을 변경한다는 기사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생산직 전환 신청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사무직의 생산직 전환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처음 실시한 일이었다. 이는 생산직의 고용 기간과 임금이 사무직을 앞지르면서 사무직이 생산직을 자청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고용 불안에 떠는 것보다 맘편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생산직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는 한 직원의 말은 멀게는 IMF, 가깝게는 외환위기를 넘기며 부각된 고용의 중요성을 반영했다.

◇다운2지구 또 지연 조짐(8007호. 2016년 11월2일자)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추진하는 울산다운2 공공주택지구 조성 사업이 다시 지연 조짐을 보이면서 2008년 이후 8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중구 다운동과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주민들은 마을 일원이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고, 증개축 허가조차 힘들어 불편이 지속된 상태였다. 다운2지구 사업은 2017년 국토부의 승인을 받으며 급물살을 탔고, 최근 민간임대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는 등 본격화되고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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