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구원 28일 학술세미나

한-일 넘어선 시대사 되짚고

역사관광자원 체계적 활용차

‘도산성 박물관’ 필요성 제기

▲ 충의사에서 내려다 본 도산성 전투지(학성공원·울산왜성). 충의사 게시판에 따르면, 현재 충의사가 자리한 학성산 구릉은 정유재란 당시 조명연합군 수장이 머물며 치열한 전투현장을 지켜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울산연구원(원장 임진혁)이 28일 오후 2시 울산중구청 컨벤션에서 ‘도산성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관광도시 울산을 위해 울산연구원이 펼쳐 온 와우(WOW)프로젝트 시즌Ⅱ 사업의 일환이다. 한·일 관계로만 규정돼 온 도산성(울산왜성)의 한계를 너머 역사적 의의의 지평을 넓히는 인식을 전환하자는 취지다. 무엇보다 이곳은 16세기 동아시아 전쟁사 중 가장 치열한 동북아 3국(조·명·일)의 격전지였다. 이를 울산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칭 ‘국립도산성박물관’ 조성사업도 제안된다.

1차 도산성 공방전은 1597년 12월22일부터 13일간 전개됐다. 조선의 도원수 권율, 명나라 경리 양호·제독 마귀 등이 도산성의 왜군을 공격했다. 성이 포위되고 식수가 모자라자 왜군들이 말의 피를 마시고 소변을 받아마신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조·명군 공격은 실패로 끝났다. 왜군 구원병, 극심한 추위, 반복적인 무모한 공격이 실패요인이다. 2차 도산성전투는 1598년 9월21일 시작됐다. 이때도 왜군은 철저하게 방어했고, 결국 성을 함락하진 못했다.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으로 왜군은 자진 철수계획을 세웠고, 11월18일 울산왜성을 불태운 뒤 부산으로 퇴각했다.

이같은 도산성전투에 관해 일각에서는 조·명·왜 삼국의 관점이 총체적으로 그려지지못하고 언제나 왜의 입장만 부각시킨듯한 역사 돌아보기 행태가 아쉽다고 했다. 도산성의 숨은 역사와 스토리텔링이야말로 코로나 이후 재개 될 도시관광정책과 중국인 관광객을 대비해 반드시 필요하며, 무엇보다 유성룡이 남긴 <징비록>의 교훈이 집적된 살아있는 장소성이 있기에 이를 알릴 상설 기념관도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도산성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려는 사업들은 번번이 논란을 일으키며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정유재란 당시의 도산성전투 참상은 참전왜장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회고를 바탕으로 1886년 오쿠보 세쓰도가 그린 ‘울산(도산)성전투도’에 남아있다. 울산시(울산박물관)는 지난 2013년 이 그림을 25억원에 구입하려다 왜 장군의 기록물을 왜 고가에 구매하느냐는 반대여론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다.

철촉·철환 등 당시 전투 유물을 발굴했던 울산 중구는 2017년 학성공원 입구에 3국 장수의 동상건립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비판 여론 때문에 철회되는 일이 있었다.

임진혁 원장은 “도산성전투는 당시 동북아 최대의 국제전쟁이었다. 7년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게 한, 마지막 육지 전쟁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접근과 연구는 여전히 부분적으로만 조명된다. 조명일 3국의 당시 역사문화 시대사를 되짚는다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국제 정세와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무궁무진하게 만들어 질 수 있다. 한일관계 양자구도 틀을 가로막혀 연구나 기념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이에 새로운 접근과 내용으로 세미나를 추진한다. 우리 울산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기대하며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조강연은 임진혁 원장이 맡는다. 주제발표는 이상훈 육군사관학교 교수(도산성전투의 상황과 역사적 의미), 나동욱 임시수도기념관장(도산성 현황과 학술조사 성곽),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성곽문화재 활용방안과 도산성박물관) 순으로 진행된다. 토론은 양상현 울산대 교수의 진행으로 최영창 국립진주박물관장, 정의도 한국문물연구원장, 김정민 영산대 교수가 참여한다. 홍영진기자

◇도산성

울산 중구 태화강 하구에 자리한 곳으로 임란 당시 왜군이 성을 쌓고, 물길에 둘러싸여 섬처럼 보인다고 해 도산성(島山城)이라고 불렀다 한다. 야트막한 산세가 시루를 엎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 ‘증성’(甑城) 또는 ‘시루성’으로도 불렸다. 울산시는 지난 1997년 ‘울산왜성’이라는 명칭으로 울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7호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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