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지만 이날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이날을 맞아 세계 책의 날 조직위원회는 지정서점을 찾은 시민들에게 소설책 등 단행본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벌였지만 서점은 한산하기만 했다. 책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세계 책의 날이었다. 만약 이같은 행사를 백화점에서 벌였더라면 아마 울산시내 교통은 마비되고 말았으리라. 그것은 백화점 세일기간 동안에도 내내 교통이 혼잡한 것을 보면 짐작이 되고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한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실 시간은 있어도, 노래방에 가서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를 시간은 있어도, 그리고 고스톱 칠 시간은 있어도 책읽을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책은 남는 시간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모자라는 시간으로 읽는 것이라고 했다. 골프장에서 골프 못치는 것이 부끄러워 골프연습장은 아침저녁으로 붐비지만 책방은 한산하다 못해 문을 닫는다. 문 닫는 서점을 보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사는데 쓰는 돈은 1년에 가구당 1만원 남짓이라고 한다. 이러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국민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은 지성의 전당인 대학가에도 서점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번화가에서 서점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인데도 아무도 안타까워 하지 않는다. 지금 이 나라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으니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고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고 있으니 사회가 혼란스러울수 밖에 없다. 지금의 우리의 현실은 원칙과 기본이 흐트러져 가치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목청 큰 사람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교양과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뒤로 밀리는 세상이 되어 상식적인 보통 사람들은 기댈 곳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돈 버는 사람도 그들이고 출세하는 사람도 얼굴 두텁고 목청 큰 그들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읽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책속에는 윤리와 도덕이 있으며 지혜가 있고 지성이 숨쉰다. 세계가 그속에 보이고 문화가 다듬어 진다. 우리 모두 책읽는 시민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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