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불복 트럼프, 각 기관에 ‘협조 금지’ 지시
바이든 “망신스럽다”…조만간 행정부 구성 마무리
기밀정보 접근불가 안보전략 수립엔 차질 위협요소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CA· Affordable Care Act)에 관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한 뒤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윌밍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 불복 움직임을 고수하면서 정권 인수인계를 놓고 트럼프 측과 바이든 당선인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백악관이 각 기관에 인수인계 금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동조하는 듯한 움직임에 가세하고, 바이든 당선인은 조속한 인수인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무부가 바이든 당선인 정권인수팀과 협력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2기 트럼프 행정부로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웃으면서 답하긴 했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로의 전환’이라고 언급, 이번 대선 결과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두고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대선결과를 무시했다”고 지적했고 AFP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예산국이 연방기관들에 트럼프 행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짜라고 요구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안은 보통 2월에 발표되고 차기 대통령 취임일이 1월2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 예산안 작성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듯 행동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WP는 전날에도 ‘백악관이 정부 부처와 기관의 고위 관료들에게 바이든의 인수팀에 협조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백악관이 인수인계 협조를 거부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아직 ‘공식 당선인’조차 되지 못했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업무공간과 자금 등을 연방정부에서 지원받으려면 연방총무청(GSA)으로부터 당선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정권인수 준비를 계속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결과 불복과 관련해 “망신스럽다”고 쏘아붙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정권인수를 시작했고 잘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것도 우리의 인수 활동을 막을 수 없다”면서 내각을 포함해 행정부 구성도 조만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핵심우방 중 하나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통화하며 ‘차기 미국 대통령’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권이양을 거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몽니’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격화했을 때 시위진압에 연방군을 투입하는 문제를 두고 자신과 맞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이후 에스퍼 장관 비서실장과 차관 등 국방부 고위직이 줄줄이 사임했다.

정권교체기에 국방부 조직이 흔들려 국가안보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방부에 자기사람 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 측이 기밀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외교안보전략을 수립할 수 없는 점도 국가안보 위협요소로 꼽힌다.

바이든 당선인은 GSA로부터 당선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정보기관의 일일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통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인이 된 순간부터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일일보고를 받는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차기 내각 구성에 필요한 인사검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협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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